정보화시대. 어느 특정 직업에만 정보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젠 누구나가 갖춰야 할 덕목이 돼 버렸다. 하지만 그저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자격증을 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교단에서 가정과목을 15년간 가르치던 컴맹 여교사가 늦깎이 컴퓨터 공부 끝에 시험에 도전, 7개월만에 각종 컴퓨터자격증을 5개 따냈다.
주인공은 인천박문여고에서 가정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서은희교사. 서교사는 지난해 한해 동안 컴퓨터와 관련된 5개의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모조리 합격했다. 서교사가 따낸 자격증은 정보처리기능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정보처리기사, 워드프로세서 1·2급. 그는 시험공부를 시작한지 정확히 6개월 6일만에 시험을 12차례봐서 그중 10번은 합격하고 2번만 불합격했다.
"흐지부지하게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무언가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재직중인 학교에서 문서작성을 위한 프로그램 정도만 다룰 줄 알았던 컴맹 수준의 서교사가 컴퓨터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학교에서 컴퓨터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7차교육과정부터 가정과목 일부가 컴퓨터 과목으로 대치된다는 것이 맨처음 계기가 됐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전공 한 과목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주위의 얘기가 결심을 굳히게 했고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서교사도 마찬가지였다. 2남1녀의 엄마이고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맏며느리다. 독학으로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98년 12월 방학하는날 정보처리기능사 수험서를 사면서 시작된 서교사의 `자격증과의 전쟁'은 99년 3월말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치른 정보처리기사 시험에는 낙방해 고비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치른 10번의 시험중 정보처리 산업기사 실기시험에 낙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교사는 각종 컴퓨터 자격증이 내용이 서로 중복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두 개 이상의 시험을 준비했다.
관련 수험서와 컴퓨터 용어사전, 예상문제와 기출문제를 다루는 수험관련 사이트를 접속해 시험에 대비했다. 모르는 컴퓨터용어는 사전에서 찾아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여러차례 반복해 읽는 정성을 기울였다.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 공부는 주방의 식탁이나 아들과 딸의 책상을 오가며 했다. 시어머니도 그를 격려해줬고 남편도 신문에 난 수험정보 등을 일러주며 지원했다.
서교사는 "컴퓨터에 겁을 집어먹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피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면 누구나 컴퓨터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교사는 현재 가정 수업 외에 수업 후 열리는 특별활동 수업에서 컴퓨터 정보소양인증과목 교사로 일주일에 3시간씩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자신의 수험경험을 담아 `서은희와 함께 잘나가는 컴퓨터 자격증 따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또 MCP라는 미국의 컴퓨터 자격정에도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