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난 1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산상회담에서 합의한 ‘선 한나라당 국회 등원, 후 사학법 재논의’ 약속이 지켜졌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대체토론을 자제한 채 특별한 공방 없이 재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 만이 재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다. 유 의원은 “개방이사를 정관에 따라 선임하자는 것은 이사장 친구나 사적 관계자들을 데려오겠다는 것이며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임용금지를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과거 사학의 족벌경영, 가족경영 체제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재개정안은 자율형사립고의 전면도입을 담고 있는데 이는 평준화의 기본틀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실상 초중등 교육법을 고쳐 반영할 일이지 사학법에 담을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고 밝혔던 정봉주 의원은 사학법 재개정 안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 의원은 “현재 사학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데 혹 감사원이 행재정적 측면만 보고 학사적 부분을 못 봄으로써 교직원 모집 비리, 학사운영 비리가 다시 숨지 않도록 교육부가 적극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7월 1일 시행되는 사학법 개정 내용 하나만으로도 사학이 벌써 대단히 건전화 되는 분위기를 감지한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사학재단 사이에서도 지금은 대체로 이 정도의 투명성, 공공성을 갖고 학교를 운영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의지를 갖고 법 시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토론을 한 김영숙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재개정안과 기존 법안을 함께 논의해 좋은 법이 탄생되길 기원한다”는 짤막한 말로 토론을 마쳤다.
오히려 이날 회의에서 김 의원은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방교육자치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과 관련 “시도교육위를 지방의회로 통합하고 교육위원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선발하려는 논의를 소위에서 조급히 강행하려는 시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국교총 등 교직단체와 시도교육위원, 교장단이 교육위의 통합과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며 “소위 위원들은 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에서 논의 중인 안들은 교원을 정당에 줄서게 하고 특정 지역에 특정 이념을 가진 교육위원만을 채울 뿐 아니라 교육을 정치에 예속화시킬 것”이라며 “시도교육위를 독립형 의결기구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19일 법안심사소위는 사학법 재개정안, 로스쿨법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례적으로 보좌진과 교육부 관계자들을 모두 내보내 그 내용이 비밀에 부쳐졌다. 이날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이 회의를 열어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까닭이었다.
공보 부대표인 진수희 의원 측은 “사학법 재개정이 교육위뿐만 아니라 여타 상임위의 법안 처리에서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에 여당이 성실한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로스쿨 법안 처리 등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교육위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 재개정안을 상정하면 로스쿨법, 동북아역사재단법 등을 처리하기로 한 한나라당이 재개정안의 내용적 합의를 볼모로 4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며 “설사 박근혜 대표의 지시가 있더라도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양심을 갖고 정상적인 일정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사학법 재개정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가 시작되면서 4월 임시국회 ‘올스톱’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