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학년의 절반을 마무리하고 있는 호주의 12학년들(한국의 고3생)이 본격적인 대학입시채비에 들어간다. 총 4학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나라 학제에 따라 고3 수험생들은 2학기를 마치면 입학시험 공부와 병행하여 구체적인 대입요강에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마다 교육 시스템이 다른 호주에서는 우리처럼 입학시험을 통해 대학 신입생을 모집하는 주가 있는가 하면, 내신성적 위주로 대학에 진학하는 주도 있다. 일례로 시드니가 속해 있는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경우 전교생들에게 부과되는 고등학교 졸업시험 결과를 가지고 대학진학의 성패를 결정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이 시험이 곧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이 되는 것이며,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졸업장 취득고사의 의미와 함께 대입 선발고사라는 이중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퀸스랜드 주의 경우는 11, 12학년(한국의 고 2, 3년생) 2년간의 내신 성적과 학교별 순위고사에 근거하여 대학입학 자격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대입선발 기준은 한국의 그것과 기본 개념이 일치하지만 퀸스랜드 주는 몇 가지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각자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동급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타 학교와 비교하여 학교 전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험생들 모두 고르게 높은 성적을 받도록 서로간에 독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말하자면 각기 다른 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의 내신성적이 같을 경우, 학교 전체 성적이 높은 쪽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과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입 수험생들은 '따로 또같이' 공부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인해 입시과열로 자칫 살벌해지기(?) 쉬운 수업 분위기가 저절로 정화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내신성적 산출방식도 선택과목의 결과를 여유없이 옥죄기보다 어느 정도 융통성있게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 수험생들은 6개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낮은 한 과목은 대입 내신성적 산출에서 제외를 시킨다. 말하자면 한 과목은 심적, 실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완충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성적위주의 과목 선택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각박한 상황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을 단 하나라도 더 이수하게 하여 고교시절의 학문과 경험의 영역을 그만큼 확장시키고자 하는 배려에서이다.
학생에 따라서는 6개 과목 뿐 아니라 7개 과목까지도 선택하는 '향학열'을 보이기도 하는데, 음악과 미술 등 예능계열을 추가하여 입시에 쫓기는 심신의 긴장을 푸는 시간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희망하는 전공 분야와는 직접 연관이 없지만 실리 위주로 제 2외국어를 택하기도 한다.
대입 준비로 지치고 과열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학교측의 배려도 섬세하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교실과 책상 앞에 단 1분이라도 더 붙들어 두어야 할 것 같은 상황임에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매주 하루는 12학년에 국한하여 오전 수업만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찍 수업을 마친 이날 하루, 학교에 남아 자습을 하기도 하고, 그냥 귀가하여 편히 쉴 수도 있다. 특히 고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졸업반 학생들에게 주 1회 오전수업 실시는 보다 실질적인 의미를 지닌다.
졸업 후 바로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취업에 대비하여 기술전문학교에서 특강을 듣거나 실질적인 기술을 연마하는 정규시간으로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준비생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휴식과 여유를, 취업희망자들에게는 실제적인 준비시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호주 고 3생들의 주 1회 오전수업제도는 학생들에게 보다 안정되고 차분한 학원 분위기를 제공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퀸스랜드 주 대입 수험생들은 이달 중순 경에 시작되는 2주간의 겨울 방학을 보낸 후면 본격적인 입시 사정에 돌입하게 된다.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개인기'와 학교 편차를 나누는 '종합경기', 그리고 취업 희망 급우들의 '별종 경기'를 두루 아우르며 달려온 지난 2년간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