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2일 강북 뉴타운 안에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운영할 학교법인 모집에 나섬에 따라 교육부의 '자사고 확대 반대'로 표류해온 자사고 설립이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모집공고를 내 한 달간 신청서를 접수한 뒤 재정 건전성, 학교설립 요건 충족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해당 학교법인을 선정해 은평.길음 뉴타운 등 2곳에 자사고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 강북 자사고 왜 나왔나 = 강북 뉴타운 내 자립형 사립고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강북 자사고를 통해 강남.북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또 교육환경이 주거지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실에서 자사고 설립이 사실상 뉴타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 재정비 촉진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재정비 지역 안에 학교 용지를 매입한 뒤 이를 학교 법인에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해 법적 근거도 생겼다.
이 시장은 지난해 말 신년사에서 오는 2008년까지 은평.길음.아현 뉴타운 등 3곳에 자사고 3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 2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자사고 확대 반대를 천명하면서 서울시의 자사고 설립 작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학교 설립 권한은 시 교육청에 있지만 이를 자사고로 지정할 경우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자사고 설립 '불발'을 꼽았다. 또 최근 교육부총리 등을 만나 이 문제로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퇴임을 불과 열흘 가량 앞두고 재추진 계획을 밝힘으로써임기중 이루지 못한 과제를 후임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없나 =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부의 반대였다. 그러나 최근 이 시장과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만난 자리에서 교육부 측이 서울시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부총리는 특히 최근 "공영형 혁신학교와 함께 자사고 2∼3곳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도 "교육부가 말한 자사고 2∼3곳은 모두 서울"이라며 강북 뉴타운 내 자사고 설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교육부 실무자는 "자사고 2∼3곳의 위치는 정해진 바 없으며 뉴타운 안이라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며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만약 교육부가 입장을 선회, 자사고 확대를 허용키로 한다면 서울시의 자사고 설립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실무 검토 과정에서 교육부가 뉴타운 자사고에 대해 '공영형 혁신학교 기준'을 요구할 경우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과 과정이나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에서 자사고에 준하는 자율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학교다.
아울러 전교조나 참교육학부모회 등 평준화 유지를 주장하는 교육 단체들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서울시 최령 경영기획실장은 이번에 누락된 아현 뉴타운 자사고에 대해 "아직 부지 문제가 남아있다"며 "나중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아현의 경우 기존 학교를 자사고로 전환할 수도 있고 새 학교 부지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