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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문고’로 바꾸고 인문・직업교육 통합을

① 실업고 교육, 변해야 산다

日 총합학과제 통해 ‘보통학과’와 ‘전문학과’ 연계・통합 추구
美 직업교육 관련 법 개정 통해 직업교육과 일반교육 통합

상호 연결위해 산업체 현장의 직무분석 바탕, 교육과정 개정 필요
동일 계열 진학 시 정원 외 선발 허용 비율 현 3%보다 확대해야


  실업계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업계 교육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사회 변화에 맞게 교육 방식이 제대로 변하지 못한 측면에서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의 목소리가 기존 교육 방식에 대한 혁신으로 제대로 연결된다면 실업계 고교는 유능한 산업 인력의 양성을 위한 기초 직업교육기관으로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왜 변해야 하는 가 실업계 교육의 변화 필요성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로 특징 지워지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의 실업계 교육은 대량 생산에 필요한 단순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실제 우리나라가 급속한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형성된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필요로 하는 인력의 성격이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다. 지식이 새로운 생산 수단으로 등장함으로써 유용하고 창의적인 지식을 만들 수 있는 고급 기술 인력 및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 생산에 적합한 유용한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기존 방식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밖에 지식기반 사회에선 사람들의 일과 직업에 대한 의미도 달라지고 있어서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이 제공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일과 직업이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직업교육도 특정한 작업에 관련된 내용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고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둘 필요성이 커졌다. 특수한 기능 습득 위주의 교육에서 좀 더 일반적인 교육의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의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새로운 변화는 이미 선진 외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생을 통하여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직업교육을 고등학교 단계에서 실시하고 있다. 또, 학교교육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직업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도 직업교육을 인문교육/상위 단계 직업교육/산업체 등과 통합시키거나 연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직업고등학교의 명칭을 전문고등학교로 바꾸고 학생과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있다. 또, 총합학과 제도를 통해 보통학과와 전문학과의 연계 및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도 퍼킨스법과 STOWA 등 직업교육 관련 법안의 개정을 통해 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을 통합하고 있다. 중등 직업교육과 상급 교육기관간의 연계(Tech Prep), 학교교육과 산업 현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GNVQ의 도입으로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의 차별성을 약화시켜 학생의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 주면서 직업교육 체제를 학교교육 내에 통합시키고 있다.  


  | 학교 현장에서도 직업교육 체제 변화 요구 강해 실업고 내부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말 300개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원과 학생, 전문가 등 1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먼저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과 역할에 대해서도 교원과 전문가 모두 ‘기초직업능력을 가진 인간 양성’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또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으로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취업 혹은 진학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보다 취업과 진학 모두를 고려한 교육을 선호하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또 산업 현장의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이 발전하기를 원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의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산업체의 요구’라는 응답이 교원의 39.0%, 전문가의 49.6%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교원은 ‘실업교육의 본래적 가치(38.1%)’를, 전문가는 ‘선생님의 요구(23.9%)’를 선택했다. 학생들의 경우엔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에 가장 높은 응답률(38.8%)을 보였고 그 다음은 ‘산업체의 요구(23.8%)’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 실업계 고교 변화의 기본 방향 그럼, 실업계 고교는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 것인가. 먼저 교육 내용을 과거 단순 기능 인력 양성과 취업을 위한 종국교육에서 다기능의 고급 기술 인력과 평생 고용 가능성을 지닌 인력의 양성을 위한 계속교육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실업계 고교에서도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을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직업교육의 목적이 국가, 사회, 개인의 경제적 목적에서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및 개성의 표현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 방향의 재설정을 통해 실업계 고등학교는 기초 직업교육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의 교육 내용과 국가 기술 자격 내용,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직무 등이 상호 밀접히 연결되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산업체 현장의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또,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일정 수준 이수에 따른 기능사 자격증을 수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장 실습생을 충실히 교육하는 산업체에 대해서는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산학 연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초 직업교육기관으로 재설정됨에 따라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들이 사회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업체 현장 실습을 강화하여야 한다.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직능 사회에 대비하여 전문 직업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계속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진학 측면에서는,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이 동일 계열로 지원할 경우 대학 정원 외 선발을 허용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별도의 진학교육 없이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0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도입된 직업 탐구 영역을 4년제 상위권 대학교에서 선택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산업체 현장에서의 근무 경력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여,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업체 현장 근무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계속교육과 취업교육을 동시에 운영하는 실업계 고교 교육 성격과 새 교육과정(2007년 2월 개정 고시 예정)에 맞추어 실습교육에 필요한 기자재,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학비 지원,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비 투자 확대 등 획기적인 직업교육 여건을 조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 밖에 재학생 대상의 생활 지도, 상담 활동 및 진로 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돕고, 학교생활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학생 생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실업계 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 조사에서도 교원의 66.3%, 전문가의 77.4%, 학생의 60.6%가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명칭 변경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교육·산학협력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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