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가 2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사퇴결심과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이후까지만 해도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일축했던 김 부총리가 하루만에 자진퇴진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은 다분히 '급선회'로 비쳐지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가 사의를 굳힌 것은 이미 교육위가 열리기 이전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명숙(韓明淑) 총리간 오찬회동이 이뤄진 지난달 31일이 분수령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가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먼저 본인에게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 기회를 준 뒤 거취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상황인식을 같이 했고, 이런 논의의 틀 속에서 김 부총리도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진상규명 절차가 여론의 물줄기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이번 사태를 최대한 상처없이 풀어가기 위해 방법론적으로 거쳐야 할 '필요조건'으로 인식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총리의 해임 건의, 자진 사퇴, 야당의 해임건의 후 경질 등 사퇴 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끝에 여권 내에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진 사퇴 카드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물론 "빨리 해결해야 한다. 늦을수록 손해"라는 한 총리의 적극적인 메시지가 사퇴 시기를 앞당긴 측면이 없지 않다는게 총리실 주변의 분석이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절차를 '질서 있는 퇴각'으로 표현했다.
총리실의 또다른 관계자도 "김 부총리로선 자리에 연연한다기 보다는 본인의 명예가 상처입는 측면과 함께 참여정부 전체가 공격받는 부분을 막으려 했던 것 같다"며 "결심은 이미 교육위 이전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의 한 의원도 "교육위 전날 김 부총리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잘못된 여론 재판을 바로 잡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퇴는)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1일밤 한 총리와 김 부총리간에 수차례에 걸쳐 이뤄진 통화에서는 이미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형식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한 총리가 이날 입장표명을 하루이틀 유보한 것도 김 부총리와 교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최대한 매끄러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정치적 판단' 성격이 컸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 거취에 대한 막판 결정 과정에서 한 총리, 여당과 청와대간에 '온도차'가 있던 점도 막판 변수로 작용했으나, 노 대통령의 결심이 서면서 꼬였던 매듭이 풀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