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정말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인가. 숙제에 대해서 고개를 젖는 것은 비단 우리 나라 학생들의 경우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많은 학부모들도 숙제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일부 부모들은 숙제가 가족의 생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자들의 입장에서도 여분의 일거리가 생겨나고 숙제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적절히 다루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교육적 도구로서 숙제가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NEA Today"誌 4월호는 이같은 경향에 대한 논평을 다뤄 관심을 끌고 있다.
숙제가 좋은 결과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견해는 없다. 그러나 몇몇 연구가들은 현재 숙제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주장한다. 아틀란틱대 Kralovec학장이 90년대 초 고등학교 중도탈락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자퇴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로 숙제를 꼽았다. 조사 대상 학생들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방과후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가족을 부양할 책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또 다른 아이들은 방과후 과외 활동에 참가하는 형편이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Garza-Lubeck교사는 "아이들이 숙제에 대해 그렇게 많은 고통을 호소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숙제를 결코 해오지 못 할 것 같은 아이들과 숙제를 했더라도 그 내용이 부실할 것으로 판단되는 아이들에게는 숙제를 내 주지 않고 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교실이 있을 때"라며 "이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미국의 학생들이 숙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일까. 과거에 비해 숙제를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마찬가지로 운동을 하거나 TV를 보는 시간도 이와 비례해 늘어났다. 그럼에도 숙제가 마치 가족간의 시간이나 학생 내면의 평화를 깨는 유일한 요인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주리-콜롬비아대 심리학과의 해리스 쿠퍼교수는 "숙제는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얻은 성취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밝히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숙제를 통해 공부하는 습관과 시간을 조절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학년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숙제는 자칫 학습동기를 상실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쿠퍼박사도 인정한다. 그는 매일 저녁 10분 정도 할애할 수 있는 양을 권한다. 과제가 읽을 거리이거나 부모의 교육적 관심만 있다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자녀가 일생동안의 학습하는 기술을 습득시키려면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독립심을 고취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쿠퍼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아이들이 학술적 내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이외에는 지나친 부모의 참여는 피할 것을 권한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헌신은 숙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라고 말하는 그는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과 자원을 부모가 제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같은 긍정적인 태도는 교사와 부모가 한 팀이 될 때 더욱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교사는 숙제로 제시될 내용의 장기적인 계획을 편지로 가정에 발송해 그 기대치를 상호교환하라고 충고한다.
87년 존스 홉킨스대의 '학교-가정-사회의 파트너십 센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위한 TIPS(Teachers Involve Parents in Schoolwork)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TIPS활동은 현재 전국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학부모들에게 가르치는 기술을 별도로 원하지 않는다. 대신 가정에서 자녀들이 누군가와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일반인들의 관심사 등에 대해 얘기하도록 권하게 한다. 쿠퍼교수는 숙제를 벌로써 부과하지 말고 아이가 잘 했다고 숙제를 빼먹게 하지도 말 것을 덧붙인다. 이 두가지 행동은 모두 "숙제는 즐거운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