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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변별력 약한 대학학력고사로 대학들 고민

인기 학과에 동일등급 지원자 몰려 학생선택 애로
유명대학, 추가 시험․정밀 면접 시행으로 부담늘어
일부 사립고 유명大 기준에 맞춰 교과재편 움직임


영국의 대학진학과정은 ‘시험-지원-시험’의 형태로 시험이 1년 단위로 두 번에 걸쳐 실시가 되며, 지원에서 최종 발표까지 12개월의 심사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최종 당락은, 9월 신학기를 앞 둔, 8월에 발표되는 전국 공통 학력평가 시험의 결과 발표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영국에서 매년 8월이 되면, 계절풍처럼 입시문제로 언론에서 한 번의 진통을 겪는다.

이러한 진통 속에 가장 두드러진, 그리고 한국의 문제와 아주 흡사한 것 중의 하나가 전국 공통 평가시험에 대한 ‘신뢰도의 저하’ 이다. 한국의 경우는 유명대학들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시입학제도의 틀을 통해 자체적으로 적성검사나 면접을 통해 선발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움직임도 영국에서도 흡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도 한국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은 GCE A level이라고 하며, 수험생은 31개의 과목 중에 3개의 과목만을 선택하여 공부를 한다. 이들 31개 과목 중에 필수과목은 없고, 선택하는 학과에 따라 대학이 이수과목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인문계열에서는 영어를 요구하지만 수학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으며, 이공계에서는 수학이나 과학의 과목을 요구하지만 영어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A level 시험은 총점이 아닌 등급제이며, 유명대학에서는 고 등급, A등급을 요구하지만, 그렇지 않는 대학에서는 B나 C등급으로도 입학이 허락되기도 한다. 2006년도 응시과목 수는 80만5698이며, 수험생 한 명이 3개의 과목을 응시했다고 하면 대략 28만 5000명이 응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8월 현재,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지원자 수는 28만6260이다. 잉글랜드 18세 인구가 약 55 만 명이기에 절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2006년의 성적은 응시자 중 A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24.1% 이며, B등급은 24.0%, C등급은 23.2%, D등급 16.6%, E등급 8.7%, 그리고 낙제 U등급은 3.4%이다. 등급의 배분은 상대평가로 해서 각 등급에 20% 정도를 분할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 점수에 따른 절대 평가이다. 따라서 80점 이상이 나오면 A등급이 되며, 이 수치는 지난 몇 년 사이 꾸준히 1~3 % 상승하고 있다. 수험자 중에서 세과목 모두에서 A등급을 받는 비율은 전체 수험자의 9.5 %이며, 한 과목에서 A등급을 받은 수험자는 22.8%이다.

통상 중상층 그룹의 대학이라면, 다른 과목은 B나 C등급을 받더라도, 지원하는 학과의 학과목이 A등급이라면,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약 25% 정도의 수험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과목의 학과에 진로를 선택한다면, 웬만한 대학에는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옥스퍼드, 캠브릿지, 런던대 같은 유명대학이나 의치학과 법과 건축학과와 같은 인기학과에 고득점자가 쇄도한다는 것이고, 이들 대학이나 학과들의 정원은 전체 수험생의 약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세 과목 모두, 최고등급을 받은 9.5% 안에서 5%를 가려내야 한다. 이들은 수능의 학력 평가 등급으로서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따라서 유명대학이나 인기학과는 별도의 추가시험을 실시하거나 면접을 한다. 이러한 추가시험은 대학별로 별도의 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며, 한국의 교육과정평가원 같은 기관이 일괄적으로 실시한다. 예를 들면, 이공계라면 수학 II 라든가. 의과대용 시험, 법대용 시험, 같은 형태의 적성시험을 별도로 실시한다. 따라서 유명대나 인기학과의 지원자는 통상 3개의 과목 이외에 한 두 과목의 추가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대학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 아니기에 70년대 한국의 본고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유명대학은 논술형으로 별개의 시험을 실시하며, 옥스퍼드와 같은 대학은 정원 3 배수 까지 좁힌 단계에서 3일간의 합숙을 하면서 정밀 관찰 면접을 실시한다. 이 비용은 대학이 부담을 하고 있으며, 대학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렇게 변별력을 상실한 대입학력고사에 대한 비판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의 최고 등급인 A 등급위에 A* 라는 등급을 만들어라고 교육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입장에서도 그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져서 고등급자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고등교육을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의 학력에 도달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를 않는 상황이다. 또 지금 A* 라는 등급을 만들었다고 할 때 당분간은 그것이 유효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학력수준의 인플레는 일어나게 되고, 몇 년 후에는 또 다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그때 가서 A** 라는 등급을 만들어야 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국의 교육부는 2003년 이러한 수능평가의 ‘핸들링’을 잘 못해서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03년 8월, 당시 고득점자가 너무 많이 나와, 교육부장관이 시험 통괄 기관장(한국의 교육과정평가원장 에게 "어떻게 좀 해 봐라" 라고 언질을 했고, 평가원장은 이 언질을 받아서 시험 실시기관장들에게 “깎아라” 하고 '메모지' 를 돌렸다. 그리고, 시험 실시 기관들은 채점 다 해 놓고, 발표를 하기 직전에, 기계적으로 몇 % 씩 깍았다.

그 후 명문 진학고들은 시험 성적에 승복하지 못하고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집단 민원을 제기했고, 조사를 하다 보니, 교육부장관의 언질과 평가원장의 메모지 전달과 같은 전말이 밝혀져, 평가원장과 교육부장관이 사임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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