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서 주요대학들이 논술고사 반영비율을 높이기로 높아진 논술에 대한 관심에 비해 일선 학교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나서 서술·논술형 시험 비중 확대, 논술지도교사 연수, 시범학교 운영 등 논술교육육강화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학교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늦더라도 인프라 구축부터”=박종호 학생(서울 B고 2학년·문과)은 “통합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기출문제로 준비하고 있는데 새로운 유형이란 점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황혜미 학생(대구 J여고 2학년·이과)도 “논술 자체가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데다 이과 지식에 문과적 기술을 모두 요구하고 있어 어렵다”며 “선생님과 협의해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통합형 논술고사로 복잡하고 까다로워진 입시체계가 부담스럽기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이대부고 염산국 논술지도교사는 “대학이 논술비중을 확대하려하지만 일선학교의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며 “이과학생들의 논술질문에 논술교사와 이과 과목교사들이 의견을 맞추느라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 일선 고교에서는 공교육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들의 논술비중 확대 발표는 사교육의 팽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옥희 부산서여고 교장은 “내신, 수능 준비에다 논술시험을 위한 논리적 사고를 기르기에는 현재 교과과정이나 교사확보가 부족하다”며 “결국 사교육에 대한 의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삼가고 서종훈 교사는 “좀 늦어지더라도 교과과정의 개혁, 논술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교사 양성, 그리고 학생들에게 글쓰는 분위기 등을 만들어주고 논술비중을 확대해야 공교육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은 학교현장 너무 몰라=학교현장의 애로사항은 10일 서울대가 주최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울대 입시정책 세미나’에서도 그대로 전달됐다.
토론에 참석했던 충남 중앙고 김형규 교사는 “대학들은 학교수업에 충실하면 논술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지만 이는 현장을 잘 모르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대학과 고등학교, 수험생의 시각 차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에서도 급격한 논술반영 확대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교육청 윤여복 장학사 “고교교사에게 자연계열 논술교육법을 지도해 줄 교수들을 찾았지만 ‘개념을 잡기 어렵다’며 부담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경기교육청 성은주 장학사는 “논술지도교사 연수 확대와 함께 지방교사들을 위한 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 연수도 필요하다”며 대학들이 논술지도교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일선 교육현장의 반응에 대해 서울대 사범대 조영달 학장은 “현장 교사가 참여하는 입시전형자문위원를 구성 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통합논술과 관련한 교육에 정성을 다해 공교육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는 이번 겨울방학부터 지역균형선발 시행 이후 서울대에 학생을 진학시킨 전국 840여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5~10일 과정의 논술교육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도 논술교사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