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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긍정적 기업인像 형성 위한 노력 시급

(5)경제교육과 기업가정신

교과서, 경제학원론 축약에 그쳐…多樣 부교재 개발해야
성공 기업가 사례 발굴해 학교에 정기적으로 보급 필요

시장 경제의 역사성․장점 보다 예외와 부작용부터 가르쳐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교육현장 장악…반감 키워


교육은 미래라고 말한다. 국가와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좋은 교육을 제고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국가 경쟁력은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이 좌우된다. 국가 차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 개인을 육성해내느냐 하는 문제가 달려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장래의 문제가 아닌 어느 정도 현실의 문제다. 학생들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바로 뛰어든다.

단순한 투표 대중의 일원으로 선거 과정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구수를 넘어서는 막강한 힘을 휘두른다. 오랜 학생 운동의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고교 청소년의 교육은 불과 2,3년 후엔 대학생들의 이념 성향을 결정짓게 되고 이는 과격하고도 급진적인 형태로 정치운동 과정에 그대로 투영된다.

급진 교직단체의 일부 세력이 교육현장을 장악하려고 투쟁해 왔던 것은 소위 의식화 교육의 근거지를 학교 사회와 교육현장 내에 구축하고자 하는데 다름 아니었다. 참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운 좌파 이데올로기가 학교사회를 분열시키고 광범위한 좌파 연대를 구축하는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어 왔다. 이 교직단체 자체도 교사들의 순수한 활동이라기보다는 일부 활동가들의 전위조직 유사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정치 지형은 10년 이상 추구되어 왔던 바로 그런 오도된 노력들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반시장적 반기업적 반자본주의적 정서는 바로 그런 잘못된 교육이 쌓아올린 비극적 결과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기업가를 언제나 잠재적인 범법자 혹은 적어도 환경을 파괴하고 사리사욕만을 도모하는 특이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적 인식은 사회주의적 좌파 교육이 누적된 결과이다.


기업을 범죄인 취급하는 교과서

학교가 인류가 쌓아올린 문화와 문명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서부터 잘못된 교육은 출발하고 있다. 지성사회가 침묵하는 사이 근본주의적 환경론이 교단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한국경제신문 11월8일자) 학교현장의 환경교육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보자.

“큰 강이 오염되는 것은 작은 강에 오염된 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은 고장 폐수 때문이며 공장에는 폐수 처리 시설이 없다. 처리 시설은 비싸기 때문에 처리시설을 설치하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다.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려고만 하기 때문에 처리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는 욕심쟁이다.”

초등교과서 3,4학년용 교과서에서 발견되는 이 같은 진술은 환경오염의 원인을 기업에만 돌림으로써 환경에 대한 건전한 인식은 물론이고 반기업적 정서를 부추기는 편리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표현도 있다.

“요즈음 기업들이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다른 쪽에서는 오염된 공기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여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위의 내용은 5,6학년용 교과서다. 5,6학년용 교과서는 환경과 생활을 평가하는 기준을 점수화하여 학생들에게 자신의 환경점수를 매겨보도록 하고 있다. 16개 문항을 제시한 뒤 환경 친화적인 생활 여부를 스스로 진단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인데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이다. 예를 들어 ‘지난여름 가족여행을 어디에 다녀왔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일본 중국 등 가까운 나라를 다녀온 경우는 40점, 미국 유럽 등 먼 나라를 다녀온 경우는 70점을 감점한다. 문제는 감점이 70점을 넘기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산다면 지구가 2개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또 야외 나들이 회수, 채식주의자 여부, 자동차 보유 대수, 집의 방 숫자도 주요한 감점 요인이다. 말하자면 ‘부자=곧 환경파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경제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이런 왜곡된 내용을 어릴 때부터 주입하고 있다. 심지어 게으른 것을 미화하는 내용도 있다.

“여러분은 늘보 원숭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늘보 원숭이는 어찌나 느린지 먹으라고 둔 과일 하나 집는데도 10분 이상이 걸리고 나뭇가지 끝으로 옮기는데도 20분이나 걸립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 매달려 점을 잡니다. 나무늘보의 모습에서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 태도를 배워봅시다”

경제를 부정하는데서 나아가 부지런한 생활까지 부정하는 듯한 예화를 읽다보면 이 교육내용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다.
문명에 대한 적대감은 말할 것도 세계에 대한 태도와 문화에 대한 태도 역시 전도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와 교사들은 보편적 문화를 가르치기 전에 그것의 특수성과 다양성부터 가르친다. 인간 문명의 진보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민족과 계급과 인종을 해방시켜왔는지에 대해 침묵하고 대신 그것의 그늘지고 왜곡된 모습만을 부각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보편 문화로서의 서구 문화는 단순한 기술문명 혹은 물질문명으로서만 인식되고 민족주의적 맹신 혹은 배타주의적 태도를 교육을 통해 내부화하는 과정들만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허다한 교육 현장은 시장경제의 역사성과 장점을 가르치기 전에 그것의 예외와 부작용부터 가르친다. 언제나 논란이 많은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학교 현장에서 시장은 온갖 악을 생산해내는 탐욕의 공장일 뿐이다. 탐욕과 이기심을 비난하는데 집중할 뿐 이기심과 탐욕이 어떻게 통제되며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문명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교육 현장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경제교과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반시장․반기업 정서 이제 그만

"5개월치 밀린 월급을 받으려다 사장이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위협하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는 65세의 중국 동포 000씨.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소위 3D업종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고임금 문제와 심각한 인력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최소한도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

위의 글은 모 출판사의 문교부 검증 ‘사회과목’ 경제 분야의 한 대목이다. 큰 제목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과 협력’으로 되어있고 작은 제목은 ‘생활 속의 세계화’이다. 이 단원은 몇 개의 예화를 들어 생활 속의 세계화를 설명하고 있다. 예화는 모두 5가지다. 제1화는 ‘우리 식탁을 점령한 외국산 농산품’이다. 세 번째 예화는 ‘스크린 쿼터에 대한 문화계의 반발’이다. 네 번째 예화는 ‘한국과 중국 간의 마늘 분쟁’이며 다섯 번째 예화가 바로 ‘임금을 착취하는 한국의 중소기업 사장이야기’이다. 5개의 예화 중 오직 두 번째 예화만이 외국 기업의 한국 내 활동으로 그나마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선진기술을 전수하고 우수한 장비를 공급하여 국제경쟁력 행상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그것조차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이들에 대한 시각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고 덧붙이고 있다.

세계화의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세계화를 통해 가난한 나라, 굶주린 나라들이 어떻게 가난을 극복하고 식량난을 벗어나며 문명국 대열에 동참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다. 5개의 예화 모두가 부정적 상황만을 기술하고 있다. 세계화=곧 악이 되는 교육으로 채워져 있으니 한미 FTA에 대해서 역시 부정적 여론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교과서가 이 지경이니 자습서들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 경제 교과서와 자습서들의 기업편 서술 내용들은 대부분이 기업경영의 투명성 윤리성을 서술하고 있을 뿐 기업이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서술은 없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서는 재벌의 허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기업이 노동을 어떻게 분업화하는지 또 그것을 통해 생산력을 어떻게 폭발적으로 증진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우리 사회의 넘쳐나는 반시장 정서나 반기업 정서는 이런 왜곡되고 전도된 교육의 결과들이다. 인터넷에서 기업 혹은 기업가를 검색하면 대부분 재벌과 악덕 기업가에 대한 장황한 규탄들로 채워져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에 보도를 토해 간간이 전달되는 소위 악덕 기업가의 범법행위만 부각되어 인식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기업가’하면 ‘똥배는 하늘을 향해 불룩하게 솟아 있고 머리는 적당히 벗겨져 있고 가난한 노동자를 타고 앉아 있는’ 전형적인 그림들이 예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과서까지 그렇게 진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행히도 청소년들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세계를 비난하며 기업은 언제나 탐욕에 가득 차 있고 기업가들은 그런 악의 세력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경쟁 체제의 이점을 배우기 전에 독점의 폐해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된 결과 기업가들은 언제나 음험한 모략만 꿈꾸고 근로자를 착취하며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감행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여성을, 특히 주부들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 ‘세탁기’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책은 없다. 여성을 피임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것이 피임약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도 없고 우리 모두를 식중독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 냉장고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책은 있을 수도 없다. 그 결과 학생들은 우리의 기술 문명이 어떻게 진보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세상은 불법이 난무하고 탐욕적· 원초적 이기주의만 난무하는 세상이라고 배우며 자라나고 있다. 바로 그 한 가운데 기업가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 대폭 바꿔야

기업가는 ‘재벌 오너’라는 특수 용어와 병용해서만 인식되고 있다. 창업가는 전문 경영인에 대체되어야 할 존재일 뿐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그런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가의 설자리는 없다. 마치 뿔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기업가라는 이름 앞에는 언제나 ‘악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게 마련이다. 그들이 선택하고 감수하는 위험이 무엇이며 그들에 대한 보상이 무엇이며 세상은 그들이 위험을 선택한 결과로서 비로소 진보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무엇을 교육시키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더욱 중요한 경우가 많다. 방법적으로는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들려주어야 하고 그들의 고민에 대해 가르쳐야 하며 시장 경제 속에서 그들의 모험적 항해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의 문명과 복지체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우선 경제 교과서에 기업가 편을 두고 기업가의 역할에 대해 일정한 분량의 진술이 있어야 하겠다. 그들이 조직해 내는 노동의 분업 체제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과 시장이 어떻게 기업가들의 경영활동을 중심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들려주어야 한다. 좋은 정치가들을 가르치듯이 기업의 역사를 빛내고 경제생활을 이끌어 왔던 기업가들도 동등한 중요도로 가르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윤과 이익추구 행위가 결과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낳게 되고 그것들의 총화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기업가들의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실에서의 예화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예화들은 다양한 부교재 형식을 통해 보급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학생용 신문을 제작하고 교사들에게는 다양한 부교재를 공급해야 한다. 교사 1인에게 각종 사례연구까지 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이는 한국경제신문 등 언론기관이나 전경련, 대한상의 같은 경제단체들이 책임을 나누어 맡는 것이 좋다. 많은 기관들이 경제교육에 나서고는 있지만 경제원리를 이해시키려는 것, 혹은 아이들의 용돈관리 차원의 접근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 공급 곡선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경제생활을 놓고 손에 잡히도록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교 경제 교과서는 대부분이 편제에서부터 경제학 원론의 축소판이다. 책을 펴자마자 기회비용에서부터 설명되는 현행 방식으로는 경제의 원리를 이해시키는 데는 중요하지만 실제 나날의 생활과 뉴스에서 갖는 실질적 질감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바로 이 때문에 부교재가 중요하다. 교사들 역시 교재의 부족에 큰 애로를 갖고 있다. 손에 쥐어주는 예화를 개발해야 한다. 나날의 사건에서 경제적 함의를 찾을 수 있도록 시의성 있는 부교재의 보급이 필요하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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