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정책적으로 남녀평등을 강조해왔다. 때문에 가정 및 직장에서의 여성의 권위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에서 만큼은 예외여서, 2000년 이전까지 대학생 수에서는 여성의 약세가 현저하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어 여대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심지어 대학에서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 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보편적인 추세로 되어가고 있다.
한 예로 지난 9월 신학기가 시작된 상하이의 푸단대학(復旦大學)의 경우 신입생 3871명 중 남학생이 1847명으로 신입생 전체의 47.7%, 여학생이 2024명으로 52.3%를 차지하여 푸단대학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학생 수가 남학생을 초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인근의 여러 대학에서도 발생하였는데, 중산대학(中山大學) 중문학과 석사생의 경우에는 여학생의 비율이 매년 늘어나 2004년과 2005년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6:1이던 것이 2006년에는 7:1로 더 벌어지기도 하였다.
중국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중국 대학에서 신입생을 확대모집하기 전까지 여대생의 비율은 20% 좌우였다. 그러던 것이 매년 여학생의 비율이 늘어나 2006년에는 전체 대학생의 40% 이상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여대생들의 증가는 주요 도시에서 두드러지는데, 작년의 경우 상하이, 베이징, 텐진(天津), 신장(新疆) 등에서는 대학에 합격한 비율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초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대학에서의 여성 비율, 특히 학력이 높아질수록 여학생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중국교육계의 새로운 경향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문과계열 학과에 여학생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일찍부터 시작된 문과에서의 여학생 우세는 최근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데, 어학계열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광동기술사범대학 2006학년도 중문과 신입생의 경우 여학생이 145명인데 반해 남학생은 단지 21명에 불과하였다. 또한 광동외국어무역대학의 경우 최근 어떤 과는 남학생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으며, 상하이외국어대학의 경우에도 전교생 중 여학생이 68%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베이징외국어대학의 경우에도 여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75%를 넘어서고 있다.
둘째, 중국대학에서의 여학생의 남학생 초과현상은 외국어 계열, 사범 계열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종합대학 및 이공대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화난이공대(華南理工大)의 경우 모든 학과에서 여학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대학 환경과학전공의 경우 현재 16명의 석사생 가운데 9명이 여학생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남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임상의학 전공의 경우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산대학 의학대학 임상의학 전공의 경우, 올 신입생 100명 중 53명이 여학생으로, 과거 '절대약세'였던 여학생 비율이 '약간우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또 다른 남성학과였던 생물학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셋째, 고학력을 추구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여자 박사의 경우 ‘이상한 사람(第三類人)’으로 취급했던 것이 이제는 그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45.7%로 그중 여자 석사는 44.2%, 여자 박사는 3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여대생 비율 증가는 대학 내 남학생들의 위상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에서의 여학생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과거 남학생들이 담당하던 과대표나 학생회 대표의 역할이 여학생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대학 내에서의 남학생들의 위상도 과거의 주도적인 위치에서 수동적이고, 주변적인 위치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대생 비율의 급속한 증가 원인 관련하여 현재 중국 교육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주장으로는 우선 현행 중국의 시험방식, 대학의 교육과정, 평가방식 등에서 지식의 이해와 기억능력 측정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남학생들에 비해 정신적인 성숙이 빠른 여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다음으로 여학생들의 강한 독립의식이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獨生子)' 정책으로 인하여 모든 가정에서 한 자녀만을 가지게 됨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여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찾는데 적극적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사회에서의 평등의식의 확대에 따라 선천적으로 정신적인 성숙이 남학생들에 비해 빠른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 고학력을 추구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취업에 대한 압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훨씬 유리하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여학생들은 자신의 학력을 높여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학 교수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여학생들의 증가가 고학력에서의 여성 숫자 증가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이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비단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고시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수석을 여성이 차지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과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 강세 현상은 점차 보편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