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원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교육부는 ‘수석 교사제 도입’을 5대 실행 계획의 하나로 제시하고 오는 9월 시범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해 수석교사제가 첫 제안되고, 교총과 교육부가 5차례나 도입을 합의한 수석교사제가 국·공립학교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수석교사제 도입에 관한 기초정책 연구’는 시범 실시를 위한 모형 개발에 앞선 국내외 사례 연구로,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김혜숙 교수(연세대)팀이 수행했다. 다음은 영국 사례 주요 내용>
영국 교육부는 1998년, 관리직에 진출하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교수 기술을 확산시키는 임무를 갖는 선도능력교사제(Advanced Skills Teacher)를 도입해 학업성취도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도입 배경=수석교사에 해당하는 선도능력교사는 높은 수준의 교수 능력을 갖추고 자신의 교수-학습 기술을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는 일을 하면서 더 나은 보수를 받는 우수교사를 말한다.
관리직으로 나가는 승진통로에서 탈락한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우수 교사의 이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자 이들에게 관리직의 대우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도록 해주는 대체 승진 경로가 필요 했던 것이다.
◇역할=선도능력교사는 학교 안에서 교수활동 지도력을 발휘하고 인근학교와 연합해 교수-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른 교사들의 학급운영, 수업 방법을 돕고 교육학적 연구에 근거한 우수사례 보급, 높은 수준의 교수자료 제작, 교사의 현직 전문성 개발을 위한 조언 임무를 맡는다. 곤란을 겪고 있는 교사를 지원하고 신규교사 멘토링, 학교가 주체가 되는 교원양성에도 관여한다. 주 1일(20% 시간)은 교외 업무를 할 수 있어 다른 학교나 교육기관에 파견돼 우수한 수업기술과 경험을 전파한다.
◇자격·임용=98년 도입된 선도능력교사는 2006년 ‘교사의 보수 및 근무여건에 관한 규정’으로 법적 근거를 갖췄다.
선도능력교사는 2만 5000개 초중고교의 16%에 해당하는 4000개 학교에 전체 교원의 1.3%에 해당하는 4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선도능력교사에게는 외부근무에 따른 활동비(1143만원)와 보수인상분(1714만원) 등의 재원이 투여되기 때문에 교육부는 전체 교사의 1.3%로 수를 제한해 교육청에 정원을 할당한다.
선도능력 직위는 단위학교나 교육연구기관, 중앙정부에서 개설할 수 있다. 학교에서 선도능력 교사를 공모할 경우 공모대상자를 단위학교내로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국적으로도 공모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공립 교사가 대상이지만 교장, 교감도 지원 가능하며 관리 직렬과 상호 이동할 수 있다. 지원 자격에 근무경력이나 특정자격 요건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학업성취와 학부모 참여 만족도, 해당 과목 지식, 기획능력, 수업 및 학생 관리, 평가기술, 다른 교사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충족시킬 정도의 경력은 필요하다.
학교 내부나 외부 공모 모두 교육부에서 지정한 외부 심사기관에서 자질, 수업참관, 학부모나 동료교원 등의 면담을 통해 철저한 심사를 거친다. 직위를 개설한 기관에서 선도능력교사를 임명하며 국가수준의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이뤄진다. 선도능력교사는 5년 단위로 임용계약하며 종신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보수=영국에서는 6가지 유형의 교원보수체계가 있는데 선도능력교사는 일반교사와 다른 보수체계로 운영된다.
선도능력교사는 최하 교감급에서 최고 초임교장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올해 런던시 교원들의 연봉은 ▲관리직 7458만~1억 8785만원 ▲선도능력교사 7458만~1억 722만원 ▲평교사 4335만~7362만원 수준이다.
◇평가=영국 교육부와 교육기준청이 1999~2000년, 2002~2003학년도 등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선도능력교사는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높은 기준을 기대 받는 능력이 뛰어난 교사이며, 조사대상 학교의 3/4에서 교수-학습의 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들도 “선도능력교사가 수업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예전에 ICT 사용에 회의적이었던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동기 유발되어 전자칠판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한 사례를 들었다.
◇시사점=김혜숙 교수팀은 “영국정부가 10년째 야심차게 추진해온 선도능력교사제는 충분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시행됐고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돼 운영된다”고 평가했다. 역할, 지위, 권한, 보상에 관한 규정이 명료하고 정착을 위한 관련 기관의 노력과 교사들 자신의 자부심과 명예를 성공 요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선도능력교사에서 관리 직렬로 옮기는 경우는 많지만 반대 경우는 적다”며 선도능력교사제가 행정가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도능력교사수가 늘어남에 따른 질적 수준 유지와 합리적인 성과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보완돼야 한다고 연구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