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기로 한 입시안을 강행키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교육부와 마찰이 예상된다.
◇ 양측 '1ㆍ2등급 만점' 공방 = 서울대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는 2008학년도 입시안을 두고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입시안을 바꿔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기존의 입시안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현 입시 경향이 유지되는 한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는 기존 방침을 계속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해온 전형은 교육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내신 중심의 전형이며 이 기조를 2008학년도에도 유지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다"라며 '서울대 제재론'을 반박했다.
서울대는 '왜 굳이 1ㆍ2등급을 나누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교과목별 만점 비율이 10%에서 11%로 늘어나는 것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라며 "굳이 1ㆍ2등급을 나누는 것은 입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내신 경쟁이 격화돼 공교육 현장의 숨통을 죌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서울대의 1ㆍ2등급 만점 부여 강행에 대해 제재 방침을 재차 확인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황인철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이날 "사립대 일부가 1∼4등급에 만점을 주겠다고 한 것이나 서울대가 1ㆍ2등급에 만점을 주겠다는 것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며 "매 등급마다 점수를 차별화하고 내신 기본점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지금으로선 사립대의 '내신 무력화' 시도가 표면화된 이상 (서울대의 입시안 역시) 용납되기 어렵다"며 서울대가 지난 4월 확정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 '학생부 중심 입시' 논란 가열 = 서울대는 입시안 강행 이유로 2008학년도 입시안은 예전보다 더욱 학생부 중심의 입시 경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9월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등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입시안을 바꾸는 것은 공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입시의 안정성과 대학의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2007학년도 정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 대해 모의선발을 해본 결과 1단계 합격자들의 학생부 교과성적 분포가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약 3∼5배로 늘어나 학생부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대가 올해 입시부터 전형요소별 실질반영비율과 명목반영비율을 일치시키기로 결정했고 수능 점수를 1단계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방식으로 자격고사화했으며 내신이 8개 등급(9개 등급 중 1ㆍ2등급 동일 취급)으로 세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7학년도 입시에서는 학생부 교과성적과 논술성적의 명목 반영률이 4:1인 데 비해 실제 사용된 점수폭은 2.28점과 1.2점으로 약 2:1의 실질 반영률을 보여 실질 반영률과 명목 반영률이 일치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그러나 올해부터 학생부 교과, 비교과, 논술, 면접의 실질 반영률을 명목 반영률인 4:1:3:2에 맞추기로 해 학생부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2.28점(2007학년도)에서 40점(2008학년도)으로 확대돼 내신 실질 반영률이 약 18배 커졌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아울러 "교육부가 서울대 입시안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내신 1∼4등급에 만점을 주기로 한 사립대 방침을 내신 1ㆍ2등급에 만점을 주는 서울대 방침과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사립대가 추진한 내신 1∼4등급에 만점을 주는 방안은 평어 점수를 사용한 학생부 적용 방식을 등급제 하에서도 동일하게 가져감으로써 실제로 내신을 무력화해 온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논리로, 서울대의 방안과는 함께 묶일 수 없다는 게 서울대 측 입장이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는 2007학년도까지 평어 점수가 아니라 석차백분율을 사용해 학생부 중심 전형을 구현했으며 올 입시에서는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일부 사립대의 '내신 무력화' 방안과 서울대 입시안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