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사립대의 '내신 무력화' 움직임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외고들의 2008학년도 입시안도 실질적으로 내신 반영률을 크게 낮춰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고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신 실질 반영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은 뒤 올해부터 실질 반영률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경쟁할 상위권 지원자간에 미칠 영향력은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원ㆍ대일ㆍ명덕ㆍ서울ㆍ이화ㆍ한영외고 등 서울지역 6개 외고는 올해 입시부터 내신 실질 반영률을 확대해 기존에 평균 7% 안팎에 머물렀던 것을 30% 수준으로 높여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 인원이 가장 많은 일반전형의 내신 실질 반영률은 이화외고가 45.5%로 가장 높고 대일외고(37.3%), 대원외고(33%), 한영외고(33%), 명덕외고(31.5%)에 이어 서울외고가 22.9%로 가장 낮다. 명목 반영률은 50~79.6%로 상당히 높다.
그러나 내신 실질 반영률 30%는 서울지역 중학생 1등부터 꼴찌까지 지원해 경쟁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실제 지원하는 학생은 평균 석차 백분율 20% 정도의 상위권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실제 경쟁간의 영향력은 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부분의 외고가 내신 성적을 매기면서 일정 수준의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있고 내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과성적에 대해 점수를 매길 때도 상위권 학생간에는 점수 차가 극히 작은 대신 하위권으로 갈수록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울외고의 경우 내신 성적(200점) 중 전체 교과 성적(100점)과 가중치교과(국ㆍ영ㆍ수ㆍ사ㆍ과) 성적(90점)은 1등과 꼴찌간에 각각 50점, 10점이 차이가 나지만 1등과 상위권인 석차 백분율 20%의 학생간에는 점수 차가 각각 4점, 2점에 불과하다.
출석 성적과 봉사활동 성적은 각각 5점 만점에 기본점수를 3점으로 주고 있기 때문에 출석ㆍ봉사활동 전체의 최대 점수 차는 4점이며 1등과 석차 백분율 20%의 상위권 학생간에는 내신(교과+출석+봉사) 전체 성적이 최대 10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실제로 경쟁할 석차 백분율 20% 안의 상위권 학생들간에는 총점 280점(내신 200점+영어듣기 40점+구술면접 40점) 중 내신이 미치는 영향력은 10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신 실질 반영률'은 3.6%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출석 성적과 봉사활동 성적은 대부분 만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기본점수를 주는데다 거의 모든 학생이 만점을 받기 때문에 내신으로서의 영향력은 거의 기대할 수 없어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내신 중 교과 성적 반영률은 더 떨어진다.
이 같은 현상이 서울외고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어서 대원외고의 경우 내신 석차 백분율 20% 내의 학생들이 지원하면 실질 영향력은 7%이고 한영외고는 6%로 떨어진다.
또 명덕외고는 석차 백분율 25% 내의 학생이 지원하면 경쟁자간 내신 영향력은 3.5%에 불과하며 이화외고는 석차 백분율 19% 내의 학생들이 지원하면 내신 영향력은 4.4%, 대일외고는 석차 백분율 23% 내에서 내신 영향력이 12.6%에 달한다. 지원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까지 포함해 산출한 '내신 실질 반영률'은 단순한 산술식에 의한 수치로 실제 지원하는 경쟁자간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일종의 '함정'이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해 경쟁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내신 실질 반영률 30%는 실제로 경쟁자간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