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에서는 당초 우려됐던 수리 가형에 대한 기피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리 가형의 1등급 비율은 기준치인 4%를 크게 상회한 반면 2등급은 기준치(7%)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집계돼 상위권 학생들간 변별력 확보가 시급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수리 가형 응시비율 감소 =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도 대부분 인문계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리 나형의 응시비율(77.8%)은 가형(22.2%)에 비해 여전히 높았다.
특히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고 있는 가형의 선택비율은 지난 6월 모의평가 보다 크게 감소했다.
지난 6월 모의평가 때는 가형 응시자가 14만8천811명으로 전체의 26.7%를 차지했으나 9월 모의평가에서는 3만명 넘게 감소한 11만7천687명으로 총 응시자중 22.2%에 불과했다.
반면 나형 응시자는 4천724명이 늘어 41만3천266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리 가형 응시자가 크게 감소한 것은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이 자연계 모집 단위에서도 수리 가형과 나형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큰 수리 가형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일부 중하위권 대학들이 수리 가형에 가중치를 적용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도 수험생들이 나형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수리 가형 1ㆍ2등급 기준치와 큰 차이 = 수리 가형 응시비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1등급이 기준치인 4%를 크게 넘어 6.17%에 달했다.
이와 함께 2등급은 기준치인 7%에 훨씬 못미치는 4.9%에 불과해 상위권 학생들간 변별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리 가형의 1등급이 지나치게 두껍게 산출되면서 2등급까지 4.9%로 얇아졌고 그에 따라 1∼2문항 차이로 등급이 하위로 떨어지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9등급 분포가 제대로 산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수리영역에서 반드시 1등급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리 가형 외에도 윤리, 국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 사회문화, 지구과학Ⅰ, 물리Ⅱ 등의 과목에서 1등급이 5%를 크게 넘는 현상이 발생해 탐구영역에서도 변별력 확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이번 9월 모의평가는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언어 및 탐구영역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서도 어렵지 않았다"며 "따라서 올해 수능에서는 수리 가형 등 일부 과목에서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탐구 선택 과목수별 1등급 인원 = 인문계 과목인 언어, 수리 나형, 외국어를 포함해 사회탐구 4과목을 선택한 응시생 중 4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534명, 사회탐구 3과목 포함 1등급은 974명, 2과목 포함 1등급은 1천51명, 1과목 포함 1등급은 778명에 달했다.
언어, 수리 나형, 외국어, 사회탐구 4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534명은 전체 응시생(55만4천286명)중 0.10%였고 사회탐구 응시생(30만1천380명)을 기준으로 하면 0.18%에 해당한다.
자연계 과목인 언어, 수리 가형, 외국어를 포함해 과학탐구 4과목 선택자 중 4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280명, 과학탐구 3과목 포함 1등급은 404명, 2과목 포함 1등급은 432명, 1과목 포함 1등급은 347명이었다.
언어, 수리 가형, 외국어, 과학탐구 4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280명은 전체 응시생(55만4천286명)의 0.05%이고 과학탐구 응시생(18만3천478명)의 0.15%에 해당한다.
◇ 1등급 원점수 언어 91점 = 대성학원이 학원생 약 7천명의 성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번 9월 모의평가의 등급 구분 점수는 1등급의 경우 언어 91점, 수리 가형 97점, 수리 나형 93점, 외국어 95점 등으로 추정됐다.
2등급은 언어 85점, 수리 가형 93점, 수리 나형 81점, 외국어 89점으로 추산됐고 3등급은 언어 78점, 수리 가형 85점, 수리 나형 65점, 외국어 78점 등으로 예측됐다.
한편 이번 9월 모의평가 전체 응시자는 지난해 9월 모의평가보다 늘었지만 재수생은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모의평가 응시생은 54만4천588명이었고 이중 재수생은 9만954명이었으나 올해는 전체 응시생이 1만명 가량 늘어 55만4천286명에 이르렀지만 재수생은 1만2천532명이 감소했다.
이는 올해부터 학생부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 성적산출이 9등급제로 바뀌면서 지난해 수험생들이 재수를 기피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