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교육분야 공약으로 발표한 '3단계 대입자율화' 방안이 사실상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자율화하는 내용을 담은 데 대해 각 대학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단계별 자율화에 앞서 학생선발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처장은 "학생부나 수능반영비율을 자율화하는 내용은 대학들이 그간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라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주는 내용인 만큼 그 취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 처장은 "이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본고사가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1970년식 본고사가 아닌 21세기 인재를 뽑는 새로운 형태의 시험이 될 것"이라며 "단계별 자율화에 앞서 각 고교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 등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균관대 성재호 입학처장도 "단계별로 대입자율화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은 타당해 보인다"며 "단계별로 자율화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고교등급화나 본고사가 아닌 개별 수험생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제도나 지표 등의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박천일 입학처장은 "그 동안 대학 입시에서 대학의 권한이 전혀 없었던 데 반해 대학자율화가 확대되면 각 대학간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며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도 목표로 하는 대학에 맞게 '맞춤형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입시의 혼선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장 훈 입학처장도 "한명의 대선주자가 발표한 공약인 만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내신반영비율 자율화 등의 내용은 보다 많은 자율을 원했던 대학들이 그간 원했던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선 고교에서는 이 후보의 대입자율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자율화가 큰 혼란을 초래하며 교육 현장을 입시위주의 파행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서울지역 고교 교장은 "자율화로 간다는 전체적인 틀은 맞지만 급격한 변화는 일선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학생부와 내신반영비율을 자율화하겠다고 하지만 일정 정도 반영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장은 "수능 과목 축소는 자칫 전인교육을 해치며 교육현장을 '절름발이 교육'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며 "대입 완전자율화는 10년 이상을 가지고 가야 하는 긴 호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고교 유모(30)교사는 "대학 자율화로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하게 되면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려워진다"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이나 잘 하는 학생이나 모두 학원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교사는 "대학자율화가 되면 당연히 고교등급제가 시행될 것이며 이는 고등학교가 대입 결과를 내세우며 학생유치에 열을 올리게 만들 것"이라며 "교육이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파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외고 입시담당 교사도 "이 후보의 공약기조는 자율화로 가겠다는 것이고 취지에 모든 사람이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현재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