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가 비슷한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해 사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21일 두 대학의 정시 일반전형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대학수학능력 수리 영역의 등급 점수차를 다른 영역보다 넓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우대하고 ▲학생부 교과의 상위권 등급간 격차를 0점대로 설정해 사실상 동점처리하는 부분이 거의 일치하고 ▲인문ㆍ사회계열에서 수능 각 영역의 비율 등도 빼닮았다.
고려대는 수리 '가' 영역의 1∼5등급의 점수차를 각각 8점, 8점, 9점, 10점, 수리 '나' 의 점수차를 6점, 11점, 12점, 14점으로 설정해 언어 영역의 4점, 4점, 7점, 10점, 외국어 영역의 3점, 6점, 9점, 13점과 큰 격차를 두고 있다.
연세대 또한 수리 영역 1∼5등급의 점수차를 각각 4점, 5점, 5점, 6점으로 설정해 언어와 외국어 영역 3점, 4점, 4점, 5점과 차별하고 있다.
두 대학은 학생부 교과의 1∼4등급 점수차를 각각 2.4점과 1.5점으로 좁혀 형식적으로 내신실질반영률을 높이면서 실질적으로는 내신을 무력화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고려대는 1∼4등급의 차를 각각 0.4점, 0.8점, 1.2점으로 맞췄고 연세대는 각각 0.5점으로 설정해 1천점 만점에서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세대는 당초 인문ㆍ사회계열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영역을 고르게 배점한다고 밝혔으나 최근 확정된 모집요강에서는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언어, 수리, 외국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사회탐구의 배점을 낮췄다.
두 대학은 지난 3월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정원의 절반을 미리 뽑고 나머지를 학생부 50%, 수능 40%, 논술 10%로 선발한다는 공통된 방침을 밝히면서 일찌감치 '담합'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두 대학은 공교롭게도 논술시험의 날짜도 내년 1월 10일로 같은 날에 잡아 대다수 수험생들의 동시지원을 사실상 차단, 수험생들을 나눠 유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연대가 영역별 반영 비율과 수능 등급간 점수차 등을 기존의 계획을 바꾸면서 고대와 비슷하게 가는 건 그게 옳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수능만 잘 봐도 입학하도록 지난 2월 수능우선선발 50%를 하기로 했고 과거 입시 자료와 재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면밀히 연구해 수능 등급간 점수차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우리는 고대의 정시 일반전형 모집요강이 어떤지 모른다"며 "우리는 우리 자료를 분석하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했을 뿐이며 남의 결정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