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대학별로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수능시험 이후의 대입 전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내 현직교사 8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은 26일 수험생들이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경우 대학별로 영역별 반영 비율과 가중치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또 탐구영역의 과목별 유불리 여부를 확인하고 내신과 수능에 비해 정시모집에서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논술고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진학지도지원단은 이날 오후 서울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서울시내 진학지도 교사 1천20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제작한 '정시모집 진학지도 길잡이' 설명회를 연다.
◇ 학생부 실질반영비율보다 등급간 점수차가 관건 = 올해 입시에서는 학생부 비중을 높인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3~5%에 그쳤던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20~3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의 모의시험 결과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20~30% 적용하자 25%의 학생이 탈락한다는 결과가 나왔던 점을 감안,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내신 영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이 높아졌다 해도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다.
실질반영비율보다는 등급간의 점수 차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영향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상위등급보다는 하위등급간 격차를 확대한다. 연세대는 1~5등급은 등급간에 0.5점 차이를 두고 5~9등급은 각 등급간 1~4점 차이를 둔다. 이처럼 상위 등급에서는 등급 간 격차를 미미하게 두고 하위등급에서는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중하위권 대학은 학생부 등급간 점수차가 크고 등급이 내려갈수록 점수 차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이들 대학의 학생부 변별력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이 상위권 대학에 비해 크다.
◇ 정시때 수능 영향력 가장 크다 = 올해 입시에서는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이 높아지고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시모집에서는 모든 전형요소 중 수능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의 경우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능 등급이 거의 똑같은 현실에 비춰 수능보다는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중하위권 대학은 수능 등급이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변별력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수능 등급이 변별력이 있어 영향력을 갖는다.
◇ 영역별 반영비율ㆍ가중치가 당락 영향 = 대학들은 수능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인문계는 언어, 외국어, 자연계는 수리 가와 과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 많다.
서울대는 자연계뿐 아니라 인문계에도 25%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고려대는 수리 나의 경우 1등급 200점, 2등급 194점이지만 3등급은 183점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자연계가 수리에 50% 가중치를 부여해 수리 1등급이 150점, 2등급은 144점을 부여하지만 3등급은 136.5점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은 대체로 수리 영역이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리영역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전체적으로 등급은 높은데 가중치 때문에 총점에서 뒤져 최종 합격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희망하는 대학을 3~5개 정도 분석해 가중치를 면밀히 살펴보고 반영 비중이 큰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수능 영역별 등급간 점수 차이 주시해야 = 정시에서 대부분의 대학은 영역별 등급을 점수화해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하므로 영역별 등급 점수가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되기 때문에 지원하는 대학간의 등급점수 변화를 비교해야 한다.
같은 영역이라도 대학별로 등급간 점수 차이가 다르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등급별 점수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연세대는 수리의 경우 1~2등급, 2~3등급 차이가 각각 4점, 5점이지만 고려대는 수리 나에서 6점, 11점으로 크게 벌어진다.
◇ 탐구영역의 유불리 당락 결정 = 언ㆍ수ㆍ외에 비해 탐구과목은 과목 선택과 지원학생 수에 따라 유불리가 커지는 영역이므로 반영과목 수와 Ⅱ과목의 반영 여부를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탐구과목을 4과목 모두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와 서울교대 등 여러 대학이 있다.
연세대는 4과목의 성적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3과목을 반영하고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4번째 탐구과목을 활용한다.
동덕여대, 삼육대, 충남대가 2과목을 반영하고 다른 나머지 대학도 3과목을 반영한다.
탐구영역의 반영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대학은 건국대, 상명대,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15%, 고려대 14.2%, 숙명여대 14%, 한국외대 12%, 숭실대가 10% 등이다.
과학탐구 Ⅱ과목이 필수이거나 Ⅱ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해 울산대 의예과는 필수로 지정돼 있고 한양대, 단국대 의예과 및 치의예과 등은 과학탐구 Ⅱ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 언어ㆍ수리나 문제있다면 '2+1'이 대안 = 수능이 9등급제가 되면서 이전에 '2+1'(3개영역)체제를 고수했던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약화된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해 '3+1'(4개영역)체제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2+1'체제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2+1'체제로 전형하는 대학이 있다.
인문계에서 수학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은 국민대, 세종대, 명지대, 경기대, 한성대, 성신여대, 가톨릭대(가)군, 연고대 지방캠퍼스가 있다.
자연계에서 언어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은 국민대, 세종대, 경기대, 한성대, 성신여대, 가톨릭대(가)군, 연고대 지방캠퍼스, 건양대(의학과), 관동대(의학과), 한림대(의예과), 덕성여대(약학과), 동덕여대(약학과), 삼육대(약학과) 등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선도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전략적으로 '2+1' 전형을 고수하기도 한다. 이 경우 '3+1'체제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보다 경쟁률이 더 치열해 합격선이 더 높게 형성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 수능 경쟁력 높으면 '수능 우선선발' 노려야 = 많은 대학이 수능을 가장 믿을 수 있는 전형요소로 생각하므로 수능 경쟁력이 높은 학생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학생부는 지역간, 학교간의 학력차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논술도 변별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경희대(서울 가군, 수원 가군), 중앙대(서울, 안성) 등 여러 대학이 정원의 50%를 수능 100%로 선발하는 수능 우선선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학교별로 수능 우선선발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확인해야 한다.
연세대는 수능 성적을 합산해 경쟁력이 인정되면 최종 합격으로 간주해 논술고사가 부여되지 않고 우선선발에서 탈락한 학생들만 학생부 50%, 수능 40%, 논술 10%를 부과하는 일반전형에 응시해 논술고사를 치른다.
반면 고려대는 일반전형에 응시한 뒤 일단 일괄적으로 논술고사를 치러야 한다. 내부적으로 수능 성적 우수자 순으로 50%를 우선 선발하지만 최종합격자 발표시에도 대학측에서 이를 명시하지 않는다.
◇ 수리 나형 지원이 78% = 학생들의 수리 가형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각해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도 수리 나로 시험을 치른 학생이 78%에 이를 정도였다.
수리 가형은 학습 부담이 큰 데 비해 수리 나형으로 지원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공부하고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의 자연계열을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은 수리 가형 응시자만 지원할 수 있고 수리 나로는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상당수 대학이 수리 가와 나를 동시에 반영한다.
또 일부 상위권 대학은 자연계열임에도 수리 나형의 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도 있어 동국대는 15%, 숭실대 5%, 광운대 5%, 세종대 10% 등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 최상위권 논술 막판 영향력 = 논술을 치르는 대학은 수능 100%로 전형하는 군보다 경쟁률이 다소 낮게 형성되므로 논술을 철저히 준비해 두면 오히려 쉽게 합격할 수 있다.
논술은 학생부나 수능에 비해 실질반영률이 매우 낮지만 최상위권의 학생들은 수능과 학생부의 성적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 논술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한양대나 성균관대는 논술 실질반영률이 3~5%에 불과했지만 45%의 학생들이 이로 인해 당락이 바뀌기도 했다.
외형상 논술의 실질반영 비율이 낮게 나타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수능과 학생부에서 동점자가 많은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논술이 변별력을 갖추어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려대는 수능 성적이 동점이면 논술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분할모집시 특정 군에서 논술을 부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수능 등급은 약간 낮지만 논술에 경쟁력이 있는 학생들은 논술을 부과하는 군에 지원해 보는 것이 좋다. 이때 논술의 실질반영 비율과 자신의 논술 실력을 감안해 유불리를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