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의 작은 사립 중학교에서 20년간 가야금부를 지도해온 교사가 졸업한 제자들과 연주단을 창단했다. 가야금을 전공한 음악교사인 충남 부여 백제중(교장 최영문) 이수희 교사(41)가 그 주인공이다.
이 교사는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백제가야금연주단’을 창단하고 국립부여박물관 대강당에서 기념연주회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연주단원들은 모두 이 교사의 지도를 받은 백제중 가야금부 출신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국악을 가르쳐주고자 부임한 1989년부터 가야금부를 맡았는데, 전통문화를 전공하는 제자가 4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가야금부는 언니인 이문희 부산외대교수(인간문화재 전수자)가 1984년에 창단했다.
처음 학부모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수업에 충실하기 어렵고, 연습용 가야금도 40~50만 원대의 고가였기 때문이다. 현대 음악에 익숙한 아이들도 국악만 들으면 졸기 일쑤였다. 하지만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조차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이 교사는 더욱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 가야금부는 일반인도 참가하는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전국대회 4연패도 기록했다.
부원인 박소리(2학년) 양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집중력이 좋아지고 차분해져 성적이 향상됐다”며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은 거의 모두 가야금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가야금부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성적이 탁월해 학부모들의 인식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연주단 창단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었다. 공연을 앞둔 2~3일간의 합숙 훈련비는 갹출해서 충당해야 했고, 교통비가 없어 연주에 참석하기 어려운 제자에게는 사비를 송금하기도 했다. 또 수업을 하면서 창단 업무를 병행하는 무리한 일정으로 지난해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 교사의 열정과 20년간의 연습으로 연주단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에만 10여 차례에 걸쳐 초청공연을 했다. 특히 지난 11월 한국교총 60주년 기념 리셉션 공연에서는 B-boy와 함께 한 공연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러시아, 호주, 일본 등에서도 초청을 받아 우리 전통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외교사절의 역할도 하게 됐다.
연주단의 막내인 김선복(전북대 2학년) 씨는 “전통음악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선생님 덕분에 가야금을 전공하게 됐다”며 “선생님의 열정을 본받아 많은 사람들이 가야금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교사는 “연주단의 활동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나이 들어가는 제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해외 공연도 앞두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가야금의 길을 찾아 우리 소리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