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론'과 `견제론'이 거세게 맞부딪혔던 제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행정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이번 총선을 통해 의회권력까지 차지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회 전 상임위에서 과반의석을 점하는 이른바 `안정 과반'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고, 당내 친박(親朴: 친 박근혜) 의원도 30명 가량이 당선돼 대운하특별법 등 핵심 정책사안 추진시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 목표였던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크게 미치지 못함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 등이 터져나올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선거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으며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 당시 의석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진보신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친박연대는 당초 목표 의석을 초과 달성했다.
지역구 및 비례대표 개표가 사실상 완료된 10일 새벽 3시 30분 현재 총 의석 299석 가운데 한나라당은 153석(비례 22석), 민주당은 81석(15석), 선진당은 18석(4석), 친박연대는 14석(8석), 민노당은 5석(3석), 창조한국당은 3석(2석), 무소속은 25석을 얻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수도권 111석 가운데 73석을 차지하며 압승, 과반의석 확보에 토대를 마련했으나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26석 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했다.
이에 따라 87년 민주화 이후 17대 총선에 이어 두번째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여대야소(與大野小) 의회구도가 재연됐다.
현재 의석분포는 민주당 136석, 한나라당 112석, 선진당 9석, 민노당 6석, 친박연대 3석, 창조한국당 1석, 무소속 25석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17대 총선때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152석)로 보수에서 진보로 넘어갔던 의회권력은 4년만에 다시 보수 진영으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크게 승리함에 따라 정치적 이념의 불균형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한나라당과 선진당,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등 보수진영을 모두 합치면 개헌가능 의석인 200석에 근접하는 만큼 정책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진영에 대항, 보수대연합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진보진영은 향후 노선과 정체성 재정립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급 중진 후보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종로에서는 한나라당 박진 후보가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동작을에서는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은평을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를 각각 꺾었다.
또 경남 사천에서 민노당 강기갑 후보가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에 신승, 파란을 일으켰다.
친이(親李: 친 이명박) 세력이 이번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의 주류로 부상했으나 핵심인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의원이 낙선했고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겨우 넘긴 데다 당 안팎의 친박 세력 당선자가 50명 가량에 이르는 만큼 한나라당내 `친이 대 친박' 권력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원하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만들어 주고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이 나라에 여러 가지 묵은 때를 말끔히 씻고 이 나라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높이 받들고자 한다"면서도 투표율이 저조한 점을 거론, "우리 민주주의가 상당히 어려운 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독선과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영남권.호남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압도적인 표차로 `싹쓸이'를 했고 충남과 대전에서는 선진당이 16곳중 13곳을 차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남 김해을과 부산 사하을에서 민주당 최철국, 조경태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또 4.9총선에서는 구체적인 정치적 이슈나 정책 공방도 부각되지 않은 채 각당의 내홍 속에 '안정 대 견제'라는 공허한 구호만 난무했고 공천작업이 선거에 임박해서야 끝나는 바람에 인물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중앙선관위의 잠정집계 결과 이번 총선 투표율은 46.0%로, 17대 총선 당시의 60.6%에 비해 14.6% 포인트나 하락했을 뿐 아니라 전국 동시규모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