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어 경기도교육청이 30일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금지를 골자로 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교육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특히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와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방과 후 학교 수업 참여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김모(18)양은 "우열반 형태는 아니라고 하지만 수준별 수업도 학생 개개인의 성적이 그대로 드러나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차라리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여 처음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 소재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모(35.여) 교사는 "현재 상중하 3개 학급으로 나눠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측면이 많다"면서 "학생의 실력에 따라 학급을 좀 더 세분화 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이어 "현재는 수업만 나눠서 받는다 뿐이지 시험은 똑같아 중.하위 학급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며 "시험과 평가도 학급에 따라 차등을 둬야 교육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고에 다니는 아들을 둔 신모(42.여)씨는 "학급 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계에 부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의할 경우 부담이 줄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나타냈다.
또 다른 고교생 학부모인 정재희(46.여)씨는 "능력을 인정받은 학원 강사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하면 기존 교사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본다"며 "어차피 사교육을 해야한다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경기도학원연합회의 김태용 사무국장은 "학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학교 수업을 차지하기 위한 학원 간 경쟁이 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대다수의 일반 학원들이 방과 후 수업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에서 학원강사를 고용해 사교육을 실시할 경우 학원 교육이 말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교복이나 급식처럼 뒷돈이 난무하는 상황도 발생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과 후 학교를 영리단체에 위탁운영해 교육비를 내고 공부해야 하는 경우 의무교육과정인 초중학교 교육을 유상으로 실시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교사인 김모(29.여)씨도 "예체능 과목이 아닌 일반 교과목을 외부 강사를 들여와 가르친다는 도 교육청의 논리가 학교 교육과 교사를 무시하는 처사인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공교육이 사교육과 마찬가지로 성적 위주의 수업 방식으로 나아갈지 모른다"고 말했따.
한편 도내 교사의 50% 이상이 가입한 경기교총은 "학교 자율화 계획이라는 큰틀에는 지지한다"면서 "당분간 혼란이 예상되지만 자율화의 참뜻을 살리는 방향으로 관련 단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교총의 김무확 교권팀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도 교육청의 자율화가 아니라 학교 자율화"라며 "반대 논리만 앞세우기 보다 일선 현장에서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 자율화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함께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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