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초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너무 충격적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초등학교 교실과 교정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의 은폐 의혹과 안이한 대처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가정과 사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교육을 포함해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반성과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이 제때 제대로 대처만 했더라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학생들의 음란행위 흉내와 동성(同性) 하급생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시교육청에 정식 보고되는 데는 무려 3개월이 허비됐다. 학교와 지역교육청은 심리치료와 성교육 방송 등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다고는 했지만 결국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짐으로써 이런 조치는 무용지물이 됐다. 동성 간 성폭력을 `학교 폭력'으로 간주한 것도 그렇고, 학교 측의 `학생들이 모두 반성하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내용의 보고도 그렇고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사들이 사건 초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학교 측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 당국과 수사당국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처 과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아이들은 인터넷과 케이블TV 등을 통해 음란물을 보고 성행위를 흉내냈다고 한다. 싸움 잘하는 상급생이 하급생들을 위협해 변태적 성행위 등 자신들이 본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게 하고 음란물을 억지로 보게 했다. 상급생들은 음란물을 보고 따라하지 않으면 동네에서 `왕따'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더욱이 피해 남학생들이 가해자들에 가담해 여학생을 성폭행하기조차 했다. 가해ㆍ피해 학생이 50∼1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 아이들이 성인 콘텐츠와 성폭력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이들은 한번 음란물에 빠지면 어떻게든 보는 방법을 찾아낸다. 음란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보윤리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차제에 성교육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신체적인 차이 정도만 가르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선 교사들은 전문지식도 없고 대처 매뉴얼도 없는데 어떻게 성교육을 시키라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전문지식과 성교육 기자재를 갖춘 전문가와 기관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성교육은 학부모에게도 필요하다. 성교육을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나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아이들을 성범죄 유혹과 성폭력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 가정과 학부모의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