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국 시ㆍ도 교육감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학교 자율화 조치로 인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0교시 수업ㆍ우열반 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고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광우병 괴담 확산, 학생들의 광우병 집회 참여 등 학교 현장에서 우려할 만한 현안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17일 시위 휴교' 등 괴문자 메시지가 퍼져 나가고 연일 계속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실제 다수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는 상황은 회의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게 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을 비롯해 회의에 참석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도 시종 일관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날 회의 역시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해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원래 예정됐던 날짜를 앞당겨 갑작스레 소집됐다.
김도연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열리는 집회에 일부 나이 어린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논리, 잘못된 사실에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이 이끌리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장관의 모두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도 교육감들의 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쇠고기 반대 집회에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뒤에서 종용하는 세력이 많다"며 일부 교원노조를 겨냥한 발언을 해 회의 시작부터 파장을 일으켰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교육감들은 "대구 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 사실은 피해자다. 가해자는 우리 어른들, 특히 교육자들"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특히 교과부가 추진 중인 지역교육청 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시도 교육청은 전국의 지역교육청을 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한다는 교과부 방침이 지역교육청을 `지자체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반발해 왔다.
공 교육감은 "지역교육청 폐지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고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지역교육청을 지자체화하려는 것은 오해다. 교육청 소속으로 존속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회의는 그러나 교육 현안에 대한 `우려'와 `고민'만 쏟아냈을 뿐 이렇다할 만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특히 학생들의 집회 참가 문제와 관련, 자율적 판단에 따른 집회 참여까지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자율화를 한다고 하는 마당에 교과부에서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구체적인 대책은 교육청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