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지난 7일 “이명박 정부에서 더 이상의 무자격자 교장임용은 없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폐기를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 같은 청와대 입장이 나온 지 한 달이 가까워 오도록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과부는 교장공모제 시범적용 학교와 비적용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청와대 방침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21일 본지가 입수한 ‘1, 2차 교장공모제 학교에 대한 효과분석 설문조사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르면 교과부는 충북대 지방교육자치센터에 의뢰해 만든 설문지를 일선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 14일부터 20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학부모용․교직원 및 학교운영위원용․교장용․학생용(고교)으로 나눠져 있으며, ‘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해당 항목에 표시하거나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순문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장은 “진행 중인 교장공모제 시범운영의 문제점이나 호불호에 대한 여론을 듣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나와 있듯이 교장임용 방식의 다양화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차원의 설문조사”라고 밝혔다.
오 과장은 또 청와대의 ‘무자격자 교장임용 배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청와대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 입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무엇을 내놔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무자격자 임용 후 자격증 부여’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의 이런 해명에 대해 한국교총은 강력 반발했다. 김항원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무자격자 교장임용에 대해 교원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인데 청와대 입장이 나온 직후에 설문조사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는 무자격자 교장임용 방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에 관계없이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이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과 특성화중․고 및 전문계고 등의 교장직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농산어촌 고교를 포함한 일반 학교를 대상으로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응모할 수 있는 ‘초빙교장형’ 등 세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