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밤 10시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밤 10시 제한'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에 출석해 현안업무보고에서 학원 조례 개정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학원의 교습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육적 측면과 학생의 건강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밤 11시가 적합하며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학원, 학교, 학생 등에 대한 균형잡힌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공연히 강조해 왔다.
시교육청은 당초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밤 10시에서 밤 11시로 1시간 늘리는 안을 냈으나 지난 3월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24시간 허용'으로 바뀌었다가 여론 반발에 밀려 결국 현행 `밤 10시'가 그대로 유지됐다.
시교육청은 24시간 허용은 말이 안되고 그렇다고 밤 10시 제한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입시학원 상당수가 현행 규정을 어겨가면서 심야 불법교습을 하고 있으므로 향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번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은 정상적 과정이 아니었고 잠시 유보한 것"이라며 "적정한 학원 교습시간을 정해지면 오히려 학원의 심야 교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교습시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교육청의 인식 탓에 학원의 심야 불법교습에 대해 단속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의 한 간부는 지난달 서울시의회에 출석, `학원 교습시간 제한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면서 특별단속 계획을 보고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으니 조화롭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한 시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며 특별단속의 무의미함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학원 정책의 중심이 단속보다는 조례 개정에 있다 보니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청소년의 휴식권ㆍ건강권ㆍ수면권 보장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인철 대변인은 "지금도 아이들이 학원의 불법 심야교습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잠 좀 자자'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시교육청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옛 청소년위원회는 시ㆍ도별로 학원 조례 개정 움직임이 일자 각 시ㆍ도교육청과 시ㆍ도의회에 학원의 교습시간은 밤 10시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나친 야간 학원 교습은 학생들의 신체 발달을 저해하고 학원 수강료 인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졸음과 집중도 저하로 학교 수업 충실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교육청의 교습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교육.학부모 단체들은 "사교육 열풍이 심각한 수준에서 합법적인 학원 교습시간만 밤 11시로 1시간 늘려주고 편법 심야교습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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