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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잃어버린 우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주인을 잃어버린 우산들이 우산 꽂이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시골학교에서의
초임교사 시절이 떠오른다.
돌아보면 많을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억의 한끝에서는 잃어버린 우산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미영이의 모습이 선명한 영상처럼 되살아난다.
그 날도 오늘처럼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늦가을의 짧은 해가 주고 간 어둠이 교정의 뜨락에 하나 둘씩 채워질 무렵, 어디선가
훌쩍이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 반 미영이었다.
"선생님, 우산이 없어졌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차가운 가을비를 흠뻑 뒤집어 쓴 아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교지도를 게을리 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가슴을 방망이질 하고 있었다. 내가 주는 옷을 한사코 마다하던 미영이와 난 허름한 우산 하나에 몸을 숨긴 채 말없이
걸었다. 마치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가을비 내리는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다음날 미영이는 결국 결석을 했고 방과후 아이들과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미영이의 머리맡에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우산을 살며시
내밀었다. 그 순간 미영이는 그 우산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가슴에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핏기 없는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내 가슴에는 애달프고 가슴 찡한 기억으로 남았다.
눈이 크고 보조개가 유난히 예뻤던 아이.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미영이도 지금쯤 소리 없이 내리는 저 가을비를
바라보고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을까. 누구나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 하찮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끼고 절약하던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는 잃어버리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오늘도 주인을 잃고 꽂혀있는 우산들. 저 우산을 모두 모았다가 어느 비오는 날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주리라. 따뜻한 사랑과 아낌의 정신이
메말라 가는 아이들에게 가슴 찡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자꾸 우산 꽂이에 눈길이 쏠린다. <임종길 강원 평창 방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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