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된 이주호 수석은 교육정책에 관한 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 대부분을 기획, 조정해 온 인물이다.
3단계 대입 자율화, 초중고 운영 자율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영어 공교육 강화 대책 등 현재 추진 중인 교육정책이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그동안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줄곧 흘러나오는 가운데서도 이 수석 만큼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그가 `수석 전원 교체'라는 청와대의 강도높은 쇄신책으로 인해 결국 물러나게 되자 교육계, 심지어 교육과학기술부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수석 후임에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기용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가 과연 어떻게 달라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교수는 일단 교육철학을 전공한 교육학자라는 점에서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되곤 했던 이 수석에 비해서는 한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평가다.
또 이 수석의 경우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려는 시도들과 일방적인 업무 스타일로 인해 교육계와 종종 마찰을 빚었으나 정 교수는 교육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 전문가인 만큼 `소통'이 한결 원활해 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정 교수 역시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근본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학자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교육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장의 성과를 내는데 다소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완급 조절을 해가며 교육 정책을 조율해 나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수석 교체'를 앞장서 요구해 왔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책수립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사실상 청와대에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교과부 직원들도 "한결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계를 몸소 체험한 교육 전문가가 새 수석이 됐다는 점에서 소통의 길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중심을 잡고 교육계의 혼란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적임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교조 현인철 대변인은 "일단 교육학자가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교육단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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