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가 학교를 짓고 운영을 하는 대신 교육청은 이 업자에게 시공비 및 운영비를 분납하는 이른바 BTL(임대형 민자사업.Build Transfer Lease)방식으로 지은 학교들이 분쟁의 소지가 많아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BTL방식은 교육청이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학교 건립이 가능해 지난 2005년부터 신설되는 학교는 대부분 이 방식으로 건립되고 있으나 하자가 발생하거나 학교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교육청과 업자 간 분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에서는 27일 처음 울산시교육청과 BTL 운영사 간 운영비 삭감 여부를 놓고 분쟁이 발생했다.
시교육청이 BTL방식으로 지어 올 3월 문을 연 중구 다운중.다운고 BTL 운영사에게 공사하자 등을 이유로 1.4분기 운영비의 10%를 삭감하겠다고 하자 사업자가 불복, 이의를 제기했다.
시교육청 시설과 관계자들과 이 학교 BTL 사업자 및 운영사 관계자들은 이날 재심의를 위해 이들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하자 보수와 운영 부실 문제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시교육청은 BTL 운영비는 분기별로 평가를 한 후 평가 점수가 90점이 넘을 경우 계약금의 100%를 BTL 운영사에게 주기로 했는데 평가 결과 다운중.다운고는 각각 9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계약대로 운영비의 10%를 삭감하겠다는 것.
평가는 학생들로부터 설문을 받는 사용자 평가, 시교육청 민자사업운영팀이 학교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점검하는 상시평가, 학교와 BTL 사업자.시교육청이 공동으로 분기별로 진행하는 분기별 평가 등 3가지로 50여개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계산한다.
이 학교 BTL 사업자가 9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것은 최근 정화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배출기준을 5배 이상 초과한 오수를 하천에 방류해 중구청에 적발됐고 지하 기계실의 비상 출입구에 빗물 지붕이 없어 비가 많이 올 경우 기계실로 비가 들어가는 등 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관리하는 현장소장이 매월 바뀌면서 청소나 경비 등의 관리가 부실한 것도 원인이 됐다.
특히 이들 학교는 외진 곳에 위치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근 아파트나 도로까지 200m 정도의 길을 걸어서 귀가를 하고 있는데 BTL 운영사가 가로등이 고장난 지 한달이 넘도록 고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이 학교 BTL 운영사는 학교와 사사건건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학교측이 건물에 간판을 달거나 학교 교목(校木)을 심기 위해 운동장을 팠다가 허락없이 건물에 못을 박거나 운동장을 파헤치면 안된다는 BTL 사업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 학교와 함께 건립된 인근 다전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요리실습을 해야 하는 실과실에 수도관이 설치되지 않아 학생들이 실습 때마다 물을 길어와 실습을 해야 하는 등 건물 설계도 엉망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시교육청도 학교 건물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준공 허가를 내 줘 부실 관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정이 이런데도 시교육청은 BTL 계약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이 BTL 운영사에 학교 관리를 맡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BTL 운영사를 제도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일처럼 운영비를 최대 10%까지 삭감하는 것.
물론 BTL 운영자가 이들 학교의 1.4분기 운영비의 10%인 780만원을 못 받게 된다면 재정적인 타격이 크겠지만 운영자 스스로 하자 보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제재를 자주 받은 운영사는 운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BTL 사업자의 사정을 고려하면 운영비를 삭감해선 안되지만 학교의 관리를 너무 부실하게 한다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시설면에서 하자가 많고 관리도 부실해 처음으로 운영비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TL 운영비는 분기별로 평가를 한 후 지급을 하기 때문에 다음 분기에 학교 운영을 잘해 평가를 잘 받으면 계약한 운영비의 100%를 받을 수 있다"며 "건물 하자가 발생한 부분은 교육청과 사업자의 계약에 따라 즉각 보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