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무림여대생’은 무술의 고수가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 속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실제로 무술을 연마하며 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EBS 다큐프라임 ‘영상 무예도보통지’(16일, 23일 오후 11시 10분 2회 방송·사진)에서는 우리 전통 무예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 정도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는 4권 4책 언해본 1권으로 구성됐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에서 만든 무예서이다. 당대까지 전해지던 18개의 무예와 기창·마상쌍검·마상월도 등 6기를 포함해 24기의 무예를 수록하고 있으며, 무사들의 교육과 무과 시험에 직접 적용한 무예 종합 교과서이다.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초융청 등 조선의 군인들은 모두 18기를 기본 무예로 활용했다. 하지만 18기를 비롯한 전통 무예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그 자리는 검도·유도·쿵푸 같은 외국의 무술이 주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통 무예를 되살리고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18기를 다시 세상에 소개한 해범 김광석. 일제 말기 혼란을 피해 산으로 숨었던 의병에게 18기를 전수받은 김광석은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최고의 고수로, 현재는 ‘무성(武聖)’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박금수 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재학 시절 18기를 알게 되면서 진로를 바꿔 전통 무예를 가르치고 있으며, 우연히 배운 18기를 계속하기 위해 스님이 된 무문 스님은 현재도 의정부 망월사에서 선방 수행 중이다.
외국에서 18기를 알리는 사람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18기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규복 씨. 전통무예로 박사학위를 받고 18기를 세계에 알리고자 부인과 함께 네덜란드 각지를 순회하며 강연한다. 이 외에도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수많은 마니아들이 있다.
‘영상 무예도보통지’에서는 이밖에도 중국의 무술, 일본의 무도와 우리 무예의 차이점과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그리고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마니아 등도 소개된다.
연출을 담당한 김현 PD는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한 전통무예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들을 통해 우리 문화 발전의 원동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