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설립된 모스크바 한국학교가 교장과 교직원, 교직원 간 마찰로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1일 모스크바 한국학교 교직원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올해 3월 한국에서 초빙된 K, B모 교사 2명과 유치원 L모 교사 3명이 겨우 1학기만 마친 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또 다른 유치원 교사 R씨도 마지막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조기 귀국하게 됐다.
K 교사의 처우 개선 요구가 발단이 된 이번 사태는 인터넷 비방 글 게재, 병설유치원 운영 등을 두고 교사와 교장, 교직원 간 갈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상호 비방이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K 교사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학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교장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는데 현지 적응에 실패한 교사로 매도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 S 교장은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했고 일부 의견도 반영했다"면서 "교장의 재량권을 넘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데다 스스로 떠나겠다고 해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학교 예산 공개를 두고 교장과 다툰 R교사는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교사가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떳떳하다면 얼마의 예산을 받아, 어디에 쓰는지 교사와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 교장은 "공개를 요구한 내용은 모두 열람하게 했다"면서 "현 학교 시스템상 일일이 집행 내용을 알리지 못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결코 부당하게 예산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S 교장의 학교 공금 의혹이 제기됐고 해당 교장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 과정에서 "자녀 학비 납부 과정에서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한국에서 송금이 어려워 일부 학교 공금을 빌려 대납한 뒤 나중에 채웠다"고 털어놨다.
모스크바 한국 학교는 현지 1086민족학교 교사를 임대해 쓰면서 교장을 포함해 8명의 교사가 초등학교 6학급, 유치원 2학급 등 총 8학급에 90여 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진 이유는 현지 사정을 감안하지 못한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함께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학사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2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감사원 감사 역시 현지 사정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교사 4명이 이런 저런 사유로 학교를 떠나면서 급히 교사 채용공고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관리자로서 행정 조정 능력에 미숙함을 보인 교장과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교사들은 물론 관리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주러 대사관 및 교육부 역시 그동안 사태를 보고만 있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주러 대사관 관계자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일로 행정력이 개입되기 보다는 자체 수습되기를 바랬다"면서 "개선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기 1년을 남긴 S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귀국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학부모들은 이번 일로 2학기 학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까 우려를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이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진정 아이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한국학교는 14개국에 26개 학교가 운영 중이며 이집트 카이로와 모스크바 한국학교만이 재단이 꾸려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