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한때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4년제 대학졸업장이 더 이상 지속적인 임금상승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전했다.
저널은 지난 수십년 동안 대학졸업자들의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율보다 높게 나타났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가장 최근의 경기확장세가 나타났던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인플레를 감안한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장을 가진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여서 학사학위 소지 노동자의 인플레를 감안한 주급이 지난 2년 간 오르지 않으면서 지난 2001년에 비해 오히려 1.7% 줄어들었다.
이는 대학졸업자 수가 증가한데다 기업들의 감원대상이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로 확대되면서 대학졸업자들의 전반적인 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용주들이 예전에 비해 더욱 전문적이고 이론적이며 대학에서 쉽게 배우기 힘든 것들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면서 대학졸업장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와 기술발전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을 바꿔놓았으나 새로 부각된 고임금 직종의 대부분이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분야라는 점과 고학력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것도 대학졸업자들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소의 제어드 번스타인 연구원은 아직도 대학졸업장을 가진 노동자들이 고졸자에 비해 75% 정도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면서 지난 1979년 4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가 확대된 것이지만 지난 2001년 이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2001년 이후 경기확장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졸자의 임금 하락이 경제성장 부진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성장의 과실이 특수 기술이나 자산을 가진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임금을 받는데 대학졸업장이 필수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