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0 (일)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14.8℃
  • 맑음서울 23.4℃
  • 맑음대전 23.0℃
  • 흐림대구 15.4℃
  • 흐림울산 13.0℃
  • 구름많음광주 23.9℃
  • 흐림부산 14.0℃
  • 맑음고창 17.4℃
  • 박무제주 17.8℃
  • 맑음강화 19.6℃
  • 맑음보은 17.4℃
  • 맑음금산 20.7℃
  • 구름많음강진군 17.1℃
  • 흐림경주시 14.2℃
  • 흐림거제 14.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국제

넘치는 정보관리 위한 '연계망적 지식' 능력 강조

④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하는 호주

'연계망적 지식'은 일반지식, 역량, 기능 등으로 표현
환경·기술공학·예술·보건·체육 등 핵심 교과 포함 눈길

국가수준 공통 교육과정 없으나 대부분 공통과정 운영
빅토리아 주 등 각 단계 수준별 성취기준 구체적 제시



호주는 6개 주(New South Wales, Victoria, Queensland, South Australia, Western Australia, Tasmania)와 2개 특별구(Australian Capital Territory, Northern Territory)로 구성된 연방 국가다. 호주의 교육제도는 대체로 입학 전 교육(0~5세), 초등교육(6~11/12세), 전기 중등교육(12/13~16세), 후기 중등교육(17~18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초등교육에서 전기 중등교육(1~10학년)까지의 10개년 간이 의무 교육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5세 이전의 교육은 의무교육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아동들이 예비학교 유치원에 진학하여 교육을 받고 있다. 의무 교육기간인 10학년 까지 마친 학생들 중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11~12학년에 진학해 입시준비를 하게 된다. 더 이상의 교육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10학년을 마치고 바로 사회에 진출하거나 혹은 원하는 직업교육(Certificate 과정)을 받고 사회로 나가게 된다.

최근 호주의 각 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 개정은 보다 공통된 교육과정 프레임웍을 마련함으로써 국가 수준에서 교육에 대한 책무성의 기초를 다지고자 하는 연방 정부의 노력과 맞물려 있다. 건국 이래 호주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학교 교육과 관련한 모든 책무는 헌법이 규정하는 바 각 주와 특별구의 자치 소관이었다. 그러나 1963년 이후로 연방 정부는 학교 교육에 재정적 지원을 시작했으며, 이는 호주의 교육과정 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국가 수준에서 교육과정 개발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효과적인 통제의 기제를 마련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한 시도들 중에서 특히 1989년의 호바트 선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바트 선언은 각 주와 특별구의 교육부 장관들의 모임인 '호주 연방 교육협의회(Australian Education Council, AEC)'가 호주 국가 수준 공통 학교 교육 목표를 설정한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며, 교육과정과 관련해 철저하게 독립적인 위치를 유지해왔던 각 주나 특별구들이 처음으로 국가 수준의 공통 필수 교과에 합의했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이 때 합의된 공통 필수 교과 영역으로는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및 환경, 기술공학, 보건 및 체육, 제2외국어, 예술 교과 등이 있다.

호바트 선언의 또 한 가지 결실은 1년 뒤, 즉 1990년에 설립된 커리큘럼 코포레이션(Curriculum Corporation)이다. 연방정부와 각 주의 공동 출연으로 설립된 이 기관은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 공·사립학교 및 학교 체제와 교육청간의 협조체제 구축, 주나 특별구간 교육과정에 있어서 불필요한 차이 감소, 국가 교육과정에 대하여 AEC에 자문 역할,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 불필요하게 중첩되는 노력을 경감시킴으로써 교육과정 개발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장려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후 호주 연방 교육협의회(AEC)를 대신해 창설된 '교육부장관 협의회(the Ministerial Council o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and Youth Affairs, MCEETYA)'는 1997년부터 호주 국가수준 학교교육 목표에 대한 평가 검토를 실시하였고, 1989년에 제시된 기존의 학교교육 목표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1999년에 21세기를 대비한 국가수준의 학교교육 목표를 새로이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혁 노력은 이후 호주 각 주 혹은 특별구의 교육과정 개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최근의 호주 교육과정 동향의 또 한 가지 특징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하고자 하는 다각도의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사회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특정 교과에 기반 한 분절적인 지식을 축적하는 일보다는, 넘치고 유동하는 무수한 정보와 지식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조직하고 관리하는 '연계망적 지식'(networking knowledge)이나 능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한 교육적 과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한 연계망적 지식은 흔히 일반지식(general knowledge) 역량(competencies) 기능(skills)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호주의 각 주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그와 같은 부류의 지식들을 교육과정 개정의 중요한 축이자 동력으로 설정하고 있다. 가령 Victoria 주의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나 Queensland 주의 '뉴 베이직 프로젝트'(New Basic Project) 등이 바로 이와 같은 최근의 추세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하에서는 호주 인구의 약 7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Victoria 주와 New South Wales 주의 의무 교육 기간 동안의 교육과정 양상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Victoria 주의 교육과정=Victoria 주는 예비학교 유치원부터 10학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에 '교육과정 및 기준 프레임웍(The Curriculum and Standards Framework, CSF)'을 적용하고 있다. 이 프레임웍에서는 빅토리아 주의 학교들이 성취해야할 주요한 학습 영역들을 설정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특정한 수준에서 성취해야할 학습 성과들을 명기하고 있다. 이 프레임웍은 1998년부터 1999년까지의 자문과정을 거쳐 2000년에 개정이 고시되었고, 지금은 CSF II 혹은 CSF 2000이라 불리고 있다.

CSF II는 예술(Arts), 국어(English), 보건 및 체육(Health and Physical Education), 외국어(Language other than English), 수학(Mathematics), 과학(Science), 사회와 환경에 관한 연구(Studies of Society and Environment), 기술공학(Technology) 등의 여덟 가지를 핵심 학습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각각의 학습 영역은 다시 6개의 수준(수준1:예비학교 유치원 교육의 마지막, 수준2:2학년의 마지막, 수준3:4학년의 마지막, 수준4:6학년의 마지막, 수준5:8학년의 마지막, 수준6:10학년의 마지막)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프레임웍은 각각의 핵심 학습 영역 내에 교육과정 초점 진술문(Curriculum Focus Statements)과 성취 기준(Standards for Student Achievement)의 두 가지 핵심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교육과정 핵심 진술문은 각 영역 내에 수준별로 제시되고 있으며, 교육과정이 포괄해야할 주된 내용들의 윤곽을 제시하고 코스 개발에 적합한 맥락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문 자체가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구체적인 학습 방법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필요와 처한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코스들을 설계할 수 있다.

이 프레임웍의 또 다른 요소는 일단의 성취기준들이다. 성취기준은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측정 가능한 것이어야 하며, 학습 성과(outcomes)와 지표(indicators)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 성과는 수준별로 제시되며, '그 수준에서 학습한 결과로 학생들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된다. 각각의 학습 성과는 다시 몇 개의 지표들을 갖게 되는데, 이 지표들은 '학생들이 그 학습 성과들을 실제로 성취했다는 것을 어떤 증거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교사들은 이 지표를 통해서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과연 기대된 표준에 부합되었는가의 여부를 사정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레임웍에는 학습 성과나 지표와는 별개로 해설된 학습 활동 예시(annotated work sample)가 제공되고 있다. 이 예시들은 '학생들이 그 성취 수준에서 하는 활동들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준다. 단, 이 예시들이 학생들의 모든 성취를 나타낸다거나 혹은 활동들의 전체 양상을 규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피해야 한다고 프레임웍은 명시하고 있다.

New South Wales 주=NSW 주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의 교육과정 프레임웍은 초등교육 시기(1~6학년)와 전기 중등학교 시기(7~10학년)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영어, 수학, 과학 및 기술공학, 인간 사회와 환경, 창작 및 실용 예술, 개인적 발달과 보건·체육의 여섯 가지 핵심 학습 영역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조직되어 있다. 각각의 핵심 학습영역은 초등 수준에 적합한 지식, 기능, 이해, 가치 및 태도 등을 다루고 있다. 교육과정 문서에 구체적인 학습성과(outcomes)들이 명기되어 있고 모든 학생들에 의해 성취되어야 할 핵심 학습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NSW 주의 교과과정(syllabus)이나 보조 자료들에는 일단의 목적, 목표, 학습 성과, 교육 내용, 교수-학습 및 평가 전략 등이 교육과정 문서의 구성요소로서 포함되어 있다.

한편 전기 중등교육 기간 동안의 NSW 교육과정 프레임웍은 영어, 수학, 과학, 인간 사회와 환경, 언어, 기술공학 및 응용 연구, 창작 예술, 개인적 발달과 보건·체육의 여덟 가지 핵심 학습 영역을 기반으로 조직되어 있다. 7~10학년에 재학 중인 모든 학생들은 10학년 말에 성공적으로 교육을 마쳤을 경우 중등교육 수료 자격증(School Certificate)을 받게 된다. 이 시기 동안 학생들은 중등교육 수료 자격증을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진로와 적성에 걸맞은 다양한 코스들을 듣게 되며, 학생들이 기본지식이나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를 '성취기준에 근거한 접근(standards-based approach)'을 통해서 평가하고 자격증을 부여받게 된다. 각각의 교과과정 문서들은 교과과정의 목적, 목표,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구체적인 평가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호주는 비록 국가 수준에서 공통된 교육과정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 주와 특별구가 대체로 공통된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왔던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자율성 못지않게 국가적 책무성과 일관성, 효율성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홀히 되어 왔던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강도 높게 요청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교육과정의 분권화와 자율화 방안을 모색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일견 호주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동향이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맹목적인 자율과 획일적인 규제 사이의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상은 같은 지향을 가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