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24일 발표한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정책건의안'은 현행보다 공무원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는 늘리고, 받는 금액은 줄여 정부의 적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발전위는 또 이번 건의안에서 지난해 1월 발표한 것보다 다소 진일보한 내용을 담아 부족하나마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간의 수급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 건의안은 공무원 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해 공무원들이 내는 기여금(보험료)을 현재보다 26.7% 올리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연금 기여율은 현재 과세소득의 5.525%에서 내년 6.0%, 2010년 6.3%, 2011년 6.7%, 2012년 이후 7.0%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반해 내년부터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은 현재보다 최고 25% 가량 줄어들게 된다.
건의안은 연금 지급률을 현재 과세소득의 2.12%에서 1.9%로 10.4% 낮추고,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른 연금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금을 지급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신규 공무원부터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늦추기로 했다.
여기에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공무원보수 인상률을 감안해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던 방식이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함께 일부 고소득 퇴직자의 과도한 연금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소득의 상한을 공무원 평균 과세소득의 1.8배로 설정하는 한편 퇴직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주는 연금은 퇴직자가 받는 연금의 70%에서 60%로, 연금산정 기준은 현행 '퇴직전 3년간 평균 보수월액'에서 '전체 재직기간 평균 과세소득'으로 각각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은 개혁 이전에 재직기간이 20년인 공무원은 현재보다 6%, 10년 재직자는 8% 정도 줄어들고, 개혁 이후 신규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에는 25% 감소하게 된다.
발전위는 이밖에 1차 건의안에서 재직기간 상한을 현재 33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수급요건은 현재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이번 건의안에서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발전위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정부의 연금 관련 총재정부담금을 향후 5년간 평균 6조1천858억원으로, 현행 대비 12.7%, 1차 건의안보다는 5.0% 낮춘다는 계획이다.
◇ "국민연금 수준 맞췄다" = 발전위는 이번 건의안에서 공무원연금 기여금은 인상하는 대신 지급액을 인하함으로써 부담 수준 대비 급여 수준을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즉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려면 공무원의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2.5배 인상하고 기여금도 국민연금의 4.5%로 낮춰야 하는 데, 이 경우 제도 개선후 30년간 정부 부담액이 72조원 정도 추가 소요되는 등 재정부담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발전위는 이에 따라 이번 건의안에서 공무원 연금 기여금을 과세소득 기준의 7.0%로 조정해 국민연금의 4.5%보다 1.6배 더 부담하게 하는 대신 퇴직금 수준을 고려한 연금 지급률을 1.6%로 만들어 국민연금의 1%보다 1.6배 더 높게 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공무원의 대표 호봉인 7급 2호봉(과세소득 170만원)으로 신규 임용된 공무원이 30년 근무할 경우 내는 기여금은 1억6천800만원, 총퇴직소득은 4억6천800만원으로, 같은 조건의 국민연금 가입자의 기여금 1억900만원, 총퇴직소득 3억5천600만원에 비해 내는 금액은 54% 많은 반면 받는 금액은 31%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에 비해 유리하던 연금 산정 기초는 '전체 재직기간 과세소득 평균', 연금 지급 개시연령은 65세, 연금액 조정기준은 '소비자물가 변동률', 유족연금액은 퇴직연금의 60% 등 국민연금과 유사하거나 같게 바꾸기로 했다.
발전위는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최소 가입기간이 20년인 반면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자부터 연금을 지급하고, 공무원연금은 형벌이나 징계 등을 받은 경우 급여액의 절반까지 감액하는 등 국민연금보다 불리한 측면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향후 진통 예상 = 이번 건의안은 전국공무원노조총연맹과 민주공무원노조, 전교조, 한국교총 등 4개 공무원 관련 단체가 직접 위원회에 참여해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과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건의안이 공무원연금을 현재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어서 일부 공무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이번 건의안이 공무원연금 적자 구조 개선에 미흡하고 국민에게 적자 부담을 전가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할 경우 국회에서 대폭 수정되고, 이로 인해 논의과정에 참여했던 공무원 관련단체들이 정부 측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김상균 발전위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이번 건의안은 주요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연금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 건의안을 토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