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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15년만의 만남


정보화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몇 달 전부터 모교인 진주 남해고에 홈페이지가 운영되면서 우리는 이미 15년 전의 작은 시골 고교 교실에 앉아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서로
안부와 친구들의 소식을 캐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은회를 열어보자는 제안에 따라 남해에 계신 선생님과 전국 방방곡곡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친구들이 부산 한 복판에 모였다.
"니 아직까지 사고 치고 속썩이지는 않제?" "샌님 얘∼저 이제 사람됐심더" "이게 누꼬. 니가 선자가. 아이구 못 알아보겠네" "나리 애비는
사업 잘 되나. 경제가 어렵다는데…" "샌님, 학교 다닐 때 왜 우릴 그리 많이 때렸습니까. 그땐 정말 미웠습니다"
15년이란 긴 세월의 단절을 이런 인사와 안부로 접었다. 선생님과 얘기할 때는 학교 때의 이름이,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자식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시간의 흐름이 있었건만, 어색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십시일반으로 사은회를 준비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어느새 고향에 사는 두봉이가 걸쭉한 막걸리를 가져왔고, 또 정성스럽게
삶아온 고구마도 곁들여졌다. 귀한 손님 올 때만 내 놓는다는 개불까지 얹어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그 어느 진수성찬이 부러울 것이며 인정이 넘칠 수 있겠는가. 마치 15년 전의 우리 어머니가 가정방문 하시던 선생님을 맞이하는 그 심정으로,
우리는 선생님을 맞았다.
학교 다닐 때 짝사랑하던 선생님과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 선생님만 보면 숨겼던 술을 잔에 가득 부어 드리면서 세월은
또 다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만들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제 주름살이 깊게 패었고 희끗희끗 흰머리까지 엿보일 만큼 연로하셨다. 덧없는 세월이 안타까웠지만 건강한 모습을 뵈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못난 제자들을 보기 위해 먼 길 마다 않고 선뜻 오신 선생님께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 지.
가뜩이나 학교붕괴니 교실붕괴니 하는 안타까운 학교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요즘, 우리의 조그마한 정성이 어깨 처진 우리의 선생님에게 다시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그 사랑과 베풀음을 이어 받아 우리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선자·18회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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