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이번 수능 성적은 대체로 무난한 분포를 보인 가운데 변별력 확보면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모든 영역에서 등급 블랭크(동점자가 속출해 특정 등급이 비는 현상)가 없고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등급 비율도 적절한 수준인데다 언어, 수리 등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져 최상위권 변별력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구영역에서는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최대 31점까지 벌어져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어려웠던 수능…표준점수 최고점 ↑ = 수능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2007학년도에 비해 크게 높아지고 올해 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약간 낮거나 비슷했다.
올해 수능 점수를 2007학년도와 비교하는 것은 지난해(2008학년도)에는 수능이 등급제로 치러져 등급을 제외한 표준점수, 백분위 등의 정보가 아예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리영역의 경우 2007학년도에 비해 수리 가형은 9점, 수리 나형은 18점이나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했다.
그만큼 올해 수능 수리영역이 어려웠다는 뜻으로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리영역 점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리 가형과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54점, 158점으로 수리 가형이 나형보다 4점 낮게 나왔다.
평가원 조용기 기획분석부장은 "수리를 잘 하는 학생들이 가형에 많이 응시하기 때문에 표준점수가 나형보다 낮을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가, 나형의 점수 격차는 많이 좁혀져 가형 응시자 불리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선택과목 간 최대 31점差 = 탐구영역에서는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최대 31점까지 벌어졌다.
사회탐구의 경우 윤리 77점, 국사 69점, 한국지리 74점, 세계지리 74점, 경제지리 76점, 한국근현대사 71점, 세계사 72점, 법과사회 71점, 정치 70점, 경제 83점, 사회문화 74점으로 과목별로 최대 14점 차이가 났다.
과학탐구는 물리I 67점, 화학I 72점, 생물I 69점, 지구과학I 73점, 물리II 72점, 화학II 72점, 생물II 70점, 지구과학II 73점으로 최대 6점 차이를 보였다.
직업탐구는 농업정보관리 70점, 정보기술기초 80점, 컴퓨터 일반 79점, 수산해운 정보처리 70점, 농업이해 69점, 농업기초기술 77점, 공업입문 79점, 기초제도 73점, 상업경제 72점, 회계원리 77점, 수산일반 78점, 해사일반 71점, 해양일반 73점, 인간발달 72점, 식품과영양 71점, 디자인일반 76점, 프로그래밍 73점 등 과목 간 최대 11점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이다.
아랍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00점이 나오면서 독일어(72점), 프랑스어(69점), 스페인어(75점), 중국어(74점), 일본어(70점), 러시아어(80점), 한문(73점) 등 나머지 과목과 최대 31점 차가 벌어진 것.
아랍어는 잘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잘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과목이다.
이 때문에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생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표준점수 100점을 맞는 학생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
과목 자체의 이러한 특성상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에서 표준점수 격차를 더이상 줄이기는 힘들다는 것이 평가원의 설명이다.
탐구와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에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가 벌어지면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수험생들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 9월 모의평가 때 선택과목 간 최고점 격차가 사회탐구 최대 29점, 과학탐구 12점, 직업탐구 21점, 제2외국어ㆍ한문 36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점수 격차가 줄어들어 유불리 정도는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 등급 블랭크 없어 = 모든 영역에서 등급 비율이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이면서 등급 블랭크는 나타나지 않았다.
언어는 1등급 4.23%, 2등급 7.44%, 수리 가형은 1등급 4.08%, 2등급 7.83%, 수리 나형은 1등급 4.22%, 2등급 6.87%, 외국어는 1등급 4.27%, 2등급 7.12% 등 기준 비율(1등급 4%, 2등급 7% 등)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국사(1등급 7.14%), 세계사(1등급 6.18%), 생물I(1등급 6.38%), 상업경제(1등급 7.27%), 프랑스어(1등급 7.57%), 일본어(1등급 7.11%) 등 탐구와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에서는 기준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가 일부 나타났다.
1등급 구분점수는 언어 131점, 수리 가형 135점, 수리 나형 138점, 외국어 131점, 윤리 69점, 국사 67점, 한국지리 68점, 세계지리 66점, 경제지리 66점, 한국근현대사 67점, 세계사 68점, 법과사회 66점, 정치 66점, 경제 69점, 사회문화 66점 등이었다.
과학탐구에서는 물리I 67점, 화학I 67점, 생물I 65점, 지구과학I 67점, 물리II 68점, 화학II 68점, 생물II 67점, 지구과학II 68점 등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