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정부의 '대입 자율화 후속 조치'에 대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양측 간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교협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정부와 대교협, 시도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입시협의체인 '교육협력위원회'를 구성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대해 "구성하려면 2012년 이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는 일부 대학의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움직임 등으로 혼란이 일자 지난 13일 "대입 완전 자율화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2012년 이후에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입 자율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로 조만간 교과부 관계자, 대학 총장, 시도 교육감,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육협력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협력위원회 구성에 대한 내용은 현재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대교협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으며 교과부는 법 개정 이전에라도 필요하다면 당장 다음달부터 위원회를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시협의체에 교과부 관계자가 참여하도록 한다는 구상은 '정부가 다시 입시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교과부는 '입시에 개입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입 자율화 안착을 위해 대교협 업무에 협조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입 자율화 의지가 퇴색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대교협이 이날 이사회에서 정부가 참여하는 입시협의체 구성에 사실상 '동참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교육협력위원회가 만약 구성된다면 "어디까지나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역시 협력위가 개별 대학의 입시안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기구가 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잦은 대립 양상을 보여왔던 정부와 대교협이 대입 자율화 추진 방향을 놓고 또다시 갈등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입 자율화를 선언하기 이전에는 입시에 대한 갖가지 규제 때문에 정부와 대교협이 종종 충돌해 왔으며, 특히 2007년엔 학생부 실질반영 비율 확대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러나 "대교협과 서로 협의해 이견을 조율하면 되고,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