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에서 근무하는 한 초등학교 교감은 올해 교원수가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심기가 편치 않다. 지난해 전담교사가 부족해 자신이 직접 주당 18시간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업을 맡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교감은 "교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수업을 하지만 담임 교사들은 교감이 수업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교감뿐이 아니다. 복수교감인 학교에서는 교감이 교과전담 시간을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급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경기도교육청 관내 초등교에서는 이제 교감의 수업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3월 신학기에 자칫 담임교사 없는 학급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증원되는 초등교원은 모두 503명. 이는 지난해 증원된 123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53개교가 신설되고 1953학급이 늘어 2167명의 교원이 필요한 실정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664명의 교원이 모자란다. 전담교사를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밀학급은 당연하게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최근 경기교련(회장 이신구)은 국무총리, 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 각 정당 총재 등에게 "교원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므로 교원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기교련은 건의서에서 "교원이 부족해 학급당 학생수를 대폭 늘리거나 교과전담 교사를 전혀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담임 없는 학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등도 초등 못지 않게 수급이 열악하다. 중등의 경우 올해 3월1일자로 25개교, 9월1일자로 5개교 등 모두 30개교(249학급)가 신설된다. 신설 외에도 학생수 증가로 595학급이 증설된다. 그렇지만 올 중등교원 증원은 1079명에 그쳤다. 현재 경기도의 중등 정원은 2만2453명. 법정 기준에 5000여명이 부족한 상태다.
도교육청 교직과 김재흠 장학사는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신도시 건설과 계속되는 인구증가로 인해 매년 초·중·고를 합쳐 5만여명의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100여개의 학교를 새로 지어야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기교련의 한 관계자는 "정원은 한정돼 있고 학생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 교사들의 수업시수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교사와 학생·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원정원을 단축하면서 1명의 교사가 퇴임하면 2.5명을 임용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냐"며 정부의 획기적인 교원증원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