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3 (일)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이사람> 금천구 '가위손' 이용사 張在喆씨

26년간 '그늘' 찾아 이발봉사

서울 금천구에서 '여주이발관'을 운영하는 이용사 張在喆씨(46). 그는 매주 화요일이면 가게문을 닫고 아침 일찍부터 이발가방을 챙긴다. 한 달 내내 그의 손길과 가위소리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張씨는 26년간 재활원, 양로원, 고아원 등을 찾아 '이발봉사'를 해 왔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어렵게 배운 이용기술을 정말 필요한 곳에서 발휘하 고 싶어서다.

"15살때 홀홀단신 상경해서 이발소에 취직했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몇 년간 고생하며 배운 기술을 돈 버는데만 쓰기엔 아깝더군요"

그는 72년부터 이발봉사를 시작했다. 그 때 나이 19살. 당시 인연을 맺은 곳은 화곡동 천애재활원과 노원구 맹인대린원·홍파양로원. 어린 나이라 처음에는 냄새나고 덥수룩한 머리를 한 노인들, 갈고리 팔·외다리 아저씨가
너무 무서워 가위질마저 떨렸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이용사였다.

"움직이지 못해 지저분한 분들을 깔끔하게 이발시키고 나면 마음까지 후련해진다"는 그는 "보람도 보람이지만 우선 마음이 즐겁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그는 어디든 간다. 구로구 오류애육원, 삼육재활원, 화곡동 천사의 집, 대방동 신망원 등 한참 많이 다닐때는 10군데를 돌며 이발봉사를 했다. 매주 2∼3일은 이발가방을 둘러 메고 '외근'을 나가느라 생 업도 제쳐둘 정도였다. 그래서 "주제도 모른다"며 손님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러나 14평 빌라에 다섯 식구가 편히 살게 된 것도 마음을 곱게 썼기 때문이라고 그는 믿는다.

89년부터 96년까지는 영등포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이용기술도 가르쳤다. 매년 10명의 이용사를 길러낸 그는 그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張씨의 이발관에는 달력이 5개나 걸려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분들에게
이발봉사를 해야 하는 그에게 달력은 '외근시간표'이기 때문이다. 행여 한 달을 넘겨 빠뜨리기라도 하면 '단골손님'들로부터 당장 항의전화(?)가 쏟아진다.

요즘도 바쁜 날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70∼80명을 이발한다는 張씨. 10년, 20년 이력이 붙은터라 불과 몇 분이면 새 사람을 만들지만 깎을 때마다 신경을 쏟는다. 그는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지만 사랑으로 대하는지 무시하는지 다 안다"고 말한다.

그 정성때문인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픈 과거도 털어 놓고 농담도 건넬 정도로 張씨와 친숙해졌다. 다른 봉사자들은 한사코 마다하고 언제 또 오느냐며 전화와 편지를 하는 '펜'들도 많다.

수십년 이발봉사로 장관 표창에 대통령표창까지 받았지만 그는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그 분들이 오히려 고맙고 소중하다.

"주머니에서 따뜻해진 요쿠르트와 다 녹은 쵸컬릿을 건네며 고맙다시는 그 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賞"이라며 웃는 張씨. 그도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밀려 이발봉사를 해 온 재활원, 복지관 등이 지방으로, 산속으로 자꾸 쫓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어른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는 "가위 쥘 힘이 남아 있는 한 이발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