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위성교육방송 활용만으로 대구의 만년 꼴지 학교에서 명문고로 떠오른 대구 영신고가 올 대학입시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이룩해 화제다.
19명을 합격시킨 작년에 이어 200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22명이 서울대에 합격한 것. 390점 이상 학생 수도 780명 중에 34명에 이르고 4년제 대학 진학률이 90%를 웃돈다. 이 같은 사실은 몇 년 전까지 한 해 서울대 진학생 수가 두세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영신고(12학급 540명)의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대구지역 54개 인문고 가운데 최고 수치다.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이한수(19) 군은 "교육방송을 통해 다양한 문제유형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과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 영신고는 1995년부터 보충수업, 자율학습 시간을 통해 EBS 위성교육방송을 철저히 활용하면서 변신을 거듭했다. 이후 4년 만인 1999년 3월, 중앙교육연구소 시행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 같은 해 4월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시행 모의고사 전국 3위, 대구지역 인문계 1위, 자연계 3위 등 각종 모의고사와 대학 입시 합격자 수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구 영신고는 경부선이 지나가는 기찻길 옆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학군상의 불리함 때문에 `신천공고' 라 불릴 만큼 대구에서 진학 기피 1호 학교였다.
하지만 과외에 의존하려는 학부모와 학생,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교사를 설득한 끝에 영신고는 95년부터 방송수업을 도입, 두드러진 학력향상을 이뤄냈다. 이동석 수석 연구부장(48)은 "학생들의 어려운 가정형편과 낙후된 학교 시설에서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서는 최고의 교사진과 교재로 구성된 EBS 방송수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낡은 교실의 TV 한 대를 통해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 영신고는 95년부터 방송된 고교용 프로그램을 모두 녹화해 해당 방송교재와 함께 보관 중이며, 교사 2명과 학생 4명이 방송 테잎과 교재, 수업일정을 고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