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 의원(친박연대 비례대표)과 교총은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원 잡무 경감 입법’을 위한 공청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역대 정부가 교원잡무 경감 방안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청회는 신상명 경북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여섯 명의 지정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행정업무개선 특위 만들자” 신상명 교수는 교원 잡무 경감 추진을 위해서 교과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16개 시도교육감이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되는 학교행정업무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행정업무지원개선촉진법안을 제정하자고 주제발표했다.
구체적인 잡무경감방안으로는 업무 표준화를 우선 제안했다. 현재 학교의 업무 배정 기준은 학교마다 차이가 크며 업무 구조가 느슨해 실제 업무량이 거의 없는 데도 업무 배정 기준표에 명목화 돼 있는 경우가 있으며, 반복되는 업무도 많기 때문이다.
업무 재구조화를 거쳐 업무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면 현실에 맞는 교원업무 기준이 각 학교나 학교지원센터에 공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학교 급별과 규모별 특성, 지역 및 교원의 직위와 교과 특성에 공통되는 중심 기준을 마련해 표면적 업무 표준화 작업을 할 수 있으며, 교원들의 업무 수행 부담량도 어느 정도 표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 1인 업무 총량은 교원이 맡고 있는 업무마다 양적, 질적 업무표준량을 합산해 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교원이 나눠 맡고 있는 학교 교육과 행정 업무의 부담 정도를 양으로 환산해 교원업무총량제를 실시하자고 그는 밝혔다. 교원업무부담 기준을 설정하고 업무부담총량을 비교한 뒤, 업무량을 공정하게 분배하거나 업무 초과량에 대한 인사와 재정상 보상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행정보조원을 활용하고 교원들을 수업전문가로 유도하는 업무전문화도 제안했다. 확대되는 행정 보조인력을 교무실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학교행정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교원조직을 교장-교감-업무부장과 수석교사-선임교사-교과부장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학교행정 관련 시스템을 모두 통합해 네트워크화하는 경영정보시스템을 제안했다. 교원업무가 과다한데는 미흡한 정보화도 한 몫 한다는 분석 하에, 교무업무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전자문서시스템, 온라인보고시스템, 학교홈페이지, 방과후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합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표준화, 전문화, 정보화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교육청에 학교행정지원센터와 학교교육지원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수업시수 표준화 하자” 토론자로 나선 서울 자양중의 김영윤 교장은 신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잡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사 수업시수 표준화와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수업시수 표준화로 적정 교사를 배치하고, 자투리 시간은 순회교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생활지도 업무를 도와 줄 전문상담교사나 배움터 지킴이,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을 학교에 배치하고,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이나 문제성이 있는 학생들을 진단하고 상담 치료할 수 있는 대안교육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일이 필요 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센터를 지역교육청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보다는 지역교육청을 학교지원센터로 개편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며, 단기적으로는 지방행정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도교육청 산하에 학교지원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행정편의주의 잡무 경감돼선 안돼”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신순용 공동대표는 “오후 5시만 되면 칼 퇴근하는 교사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부적격교사에 대한 조치는 언급이 없으면서 잡무를 경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학부모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원들도 학부모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학부모가 바라는 교원평가를 당당히 수용하고, 촌지와 체벌 등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스스로 자정 노력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일 때 잡무경감대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동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하반기 교원업무경감대책 수립” 토론자로 나선 교과부의 이양주 사무관은 “올 하반기에 정부가 교원사기 진작 대책의 하나로 교원업무경감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교총과의 2006,2007년도 교섭에서 ‘교원업무 경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합의했고, 안병만 장관은 올 2월 교총 대회의실에서 잡무해결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