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 내용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른 분야는 두고라도 공교육 정상화에 관한 내용은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여당의 개혁정책이 공교육에 끼친 결과를 보면 더욱 적절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말하면서 3년 동안 정부가 행한 교육정책은 십 년을 내다보지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조일석에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의 살아온 정서와 거리가 있는데도 새로운 교육이론을 무리하게 도입하고 과시적인 업적에 연연해 교육현장이 혼란의 수렁으로 빠지게 했다. 또 교육개혁은 결국 현장 교사들의 손으로 완성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국민을 이간하는 여론몰이로 교사들이 방황하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의 검증이나 연구도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우된 교육정책으로, 우리는 정보선진국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음란 성인사이트 접속율 세계 1위라는 오명과 자살사이트 등 비윤리적인 이용의 증가, 영어 지상주의에 따른 국어교육의 위축을 낳고 말았다. 혹자는 그런 것들이 학교에서 교사가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밀려드는 잡무와 새로운 것들을 습득할 기회의 빈곤, 오도된 여론에 밀려 긍지를 잃은 교사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과제일 뿐이다. 국가는 교사들에게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도록 교육과 연수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즉,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현직교사에게 충분한 연수를 거쳐 실시해야 학생들이 실험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나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국가가 교사들에게 실시한 교육이나 연수는 너무 인색하고 내용도 부실했다. 오로지 교사 개인이 새로운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질책하며 내모는 장관과 교육부 관리자들 뿐이었다. 정통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할애해 주부들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정보화 교육을 시키고 그 비용을 부담 내지는 보조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교사들의 교육에는 교원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소수의 연수과정 말고는 모두 개인 부담으로 연수받게 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전문학원에 가서라도 배워라. 학원비를 보조해주마.' 이렇게 교사를 독려해야 할 정부와 교육부가 다른 부서보다도 못한 방법으로 교사를 대우하면서 그 성과만을 바라는 것이다. 교원 능력개발과 사기 진작이 공교육 정상화의 첩경임을 진정 알아야 한다. <문삼성 부산 강동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