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고의 변신은 현 정부의 교육개혁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전문계고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취업과는 연계가 되지 않아 기업체는 취업난을, 전문계고는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7일 교총 회장실에서 열린 전문계고 취업 활성화 좌담에서는 고교뿐 아니라 기업체에 대한 지원책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을 좌장으로 ,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김기철 서울 은곡공고 교사, 윤인경 한국교원대 교수, 이시희 중소기업청 연구관이 참여했다.
마이스터고 ‘취업 중심, 산학협력 체제 내 교육과정 개발’
특성화고 ‘지자체와 협약, 지역인재 육성 모델 추진 필요’
중소기업 일정기간 근무 시 병역 면제방안 마련해야
직업교육진흥특별법 등 마련 체계적 지원 노력 필요이원희=지난달 3일 이 대통령은 원주정보공고를 찾아 “대학보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대가 불과 몇 년 안에 온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마이스터고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권 원장님 어깨가 무거우시리라 봅니다. 준비 상황과 또 명실 공히 ‘학력보다 실력이 인정받는 사회의 밑거름’이 되기 위한 마이스터고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권대봉=현재 저희 직업능력개발원의 마이스터고 지원센터에서는 선정된 학교들의 내년 개교를 앞두고 교육과정과 편성․운영 지침, 졸업생 인증 기준 등을 산업계와 공동으로 개발 지원하고 있습니다(1차학교 7월말 종료, 2차 학교 9월 초 교육과정 개발 종료). 이 결과를 토대로 산업계와 공동으로 교과서가 개발되고 실험실습 기자재 및 시설을 구축할 것이며 교사 연수도 시작됐습니다. 마이스터고가 계획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 단계부터 견고한 산학협력 체제 내에서 교육과정 개발 및 기반 구축, 교육과정 운영과 인증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산업계가 인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괜찮은 직업으로의 입직이 수월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따라서 마이스터고는 전문계고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청년 실업문제에서 지적되곤 하는 산업체의 요구와 거리가 먼 교육 운영, 졸업생들의 낮은 고용 가능 역량 등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시희=마이스터는 모든 기술·기능인의 꿈이고 비전이어야만 합니다. 전문계고를 나와 동일 분야 업체에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갈고 닦아 연륜이 쌓여 일정요건의 자격인증시스템을 거쳐 마이스터로 지정하는 구체적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특성화전문계고육성프로그램을 이수한 전문계고 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 중소기업에서 일정기간 재직한 경력이 곧 병역혜택, 진학의 발판으로 이어지고 현장 기능인→기술연구 인력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 분야의 마이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단계별 수준별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마이스터가 되면 평생 연금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 기능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갖고 또 다른 후학 마이스터를 양성하게 하는 일련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이원희=마이스터고 뿐 아니라 전문계고의 특성화고교로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마이스터고와 달리 특성화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차별’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윤인경=마이스터고의 지원 규모가 특성화 지원 규모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고 특성화고 입장에서 보면 직업교육기관의 서열화라는 인식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마이스터고가 취업에 초점을 둔다면, 이를 계기로 특성화고에서는 직업교육의 기본 목적인 취업능력 향상 교육에 비중을 둘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특성화고가 교육청, 지자체, 산업체와 협력해 학교와 지역의 인재 양성에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대봉=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마이스터고의 추진 방향을 고려할 때 전문계고의 서열화보다는 그 차이가 명확해 질 것 같습니다. 최근에 교과부는 현장의 이러한 의견과 요구 등을 수렴해 특성화고를 포함한 전체 전문계고 선진화 방안을 수립 중입니다. 전문계고 정책의 방향에서 강조하는 취업기능 강화를 위한 모델로 마이스터고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시희=맞습니다. 중기청에서는 현재 지원중인 71개 특성화전문계고를 통해 ‘취업걱정 없는 명품 학교’ 및 ‘인력 걱정 없는 중소기업’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해 우수 중소기업들이 필요인력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기 위한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성화전문계고의 유기적 산학협력을 위해 지방 중기청을 중심으로 각 해당 전문계고와 지역 핵심 중소기업, 지자체 및 유관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한 실질적 운영 구심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기철=특성화고에 근무하는 저로서는 특성화고가 근본 취지대로 특정분야의 직업교육을 실시하도록, 학생도 원하는 산업체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체와 학교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산학연계를 위한 지자체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또 산학 겸임교사, 강사, 전문가 초빙을 위해서는 산업체에 준한 보수가 주어져야 하므로 인건비, 강사비 등 별도의 지원이 필요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원희=지적하신대로 정부가 마이스터고 사업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률에 있다고 봅니다. 교과부는 마이스터고 지원 대상 선정 시 학교와 산업체를 연계해 졸업생 취업 약정을 맺은 학교를 우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지역 76개 전문계고를 졸업한 약 2만 명의 학생 중 취업한 학생은 4000여 명으로 20.3%에 불과했습니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4년간 병역유예 등 정부 추진 정책으로는 낮은 취업률 극복의 근본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책 연계를 위해 어떤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보시는 지요.
권대봉=교과부와 직능원 마이스터고 지원센터는 지난 5월 21개 마이스터고와 협약된 기업체 60개사를 면담했습니다. 그 결과 60% 정도의 기업 특히 대기업일수록 졸업 후 4년간의 병역 유예, 채용 확약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6월말 현재 협약된 기업 수 평균 31개) 이들 기업은 대체로 교육과정 개발, 교재개발, 교사 연수, 시설 및 기자재 지원(공동 활용), 현장실습 및 위탁교육 등의 내용을 협약 이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이 졸업생 채용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이스터고의 성공을 위해서는 협력 및 졸업생 채용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마이스터고나 전문계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획기적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고교 졸업자에 대한 임금구조 문제 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장려금 지급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인경=맞습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모두 교육과정 개발, 현장실습, 교사 연수 등에 관한 산업체의 적극적 지원과 졸업생 채용 기업에 대해 세금감면, 임금보전 등 보다 적극적 지원체제가 강화돼야 합니다. 또 취업자에 대한 임금과 승진에서의 불이익을 없애려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장․단기적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며, 그 첫 번째 단추가 직업교육진흥특별법 등 법안 마련을 통해 정부수준에서 직업교육을 진흥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시희=중소기업의 경우 1년 정도 재직하면 제 식구로 인정하고 정성을 쏟는데 4년간 기술을 익혀 진짜 필요한 인력으로 자리매김 할 아주 중요한 시기에 군대를 보내야 한다면 처음부터 중요한 업무를 시키지도, 기술을 가르치지도 않을 거라는 것이 업체들의 의견입니다. 학생 입장에서도 이왕 군대를 갈 거면 한살이라도 어렸을 때 가지 뭐 하러 4년씩 있다 가겠냐고 합니다. 따라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의 경우 중소기업에 일정기간 근무 시 병역을 면제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산업기능요원제도 지속유지 및 병역법 21조의2 승선근무예비역 벤치마킹)
김기철=중소기업은 대다수 열악한 근무 조건과 낮은 보수로 인해 졸업생들이 취업을 기피합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기업은행·전문계고·중소기업 협약’(2009년5월28일)과 같은 프로젝트가 학교, 산업체, 금융회사, 지자체, 정부부처 등에 확대 되었으면 합니다. 병역유예보다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폐지하지 말고 전문계고 졸업생에 한해 계속 실시했으면 합니다.
이원희=중소기업 등 기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요. 고교 신입생 90%이상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졸업생의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 인력난은 심각한 것으로 압니다.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연간 40억 원을 투입하는 중소기업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전문계고 상호간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시희=중기청에서는 취업 시기를 놓쳐 청년 실업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교 때부터 구체적 목표를 갖고 준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5단계까지 관련업체와 학교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각 단계별, 수준별 교과과정 설계부터 현장연수까지 운영전반에 공동으로 참여합니다. 향후 중소기업 CEO 중심의 기술사관학교 운영체제를 구축해(분야별․산업별 업체 요구반영) 기술사관학교 졸업생의 주수요처인 중소기업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중소기업 전․현직 CEO가 직접 강의에 투입되는 등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권대봉=전문계고에서는 전문대학과 같이 산업체 요구를 수렴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산업체의 견학, 체험, 실습이 이루어지고 산업체 인사를 중심으로 산학겸임교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산업체에서는 졸업 후 회사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전문계고교 및 전문대학에 이러한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체에서는 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인․물적 자원 등이 공동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실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산업체 인사의 산학겸임교사, 산업체 시설의 공동 이용, 교사들의 산업체 연수,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으로 활용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원희=말씀하신 내용을 정리해 보면,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마인드를 갖고 지자체-지역 중소기업청 등과 연계해 지역인재를 육성하려는 시도들이 더 강화되고 현실화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직업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도 교육청․지자체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교총도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