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인류 문명의 개화와 결실에 엄청난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는 사실을 매우 실감나게 입증해주는 책이 모리스 클라인의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Mathematics in Western Culture’이다.
클라인은 생애의 거의 절반을 뉴욕대학 수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학의 역사와 철학, 수학 교수법과 관련하여 많은 저서를 남겼고 수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클라인은 이 책을 통해 인류 역사의 한 거대한 단면으로, 그리스 사회조직과 연관해 출현한 연역법으로, 유클리드기하학의 형식과 절차에서 비롯된 이성의 힘으로, 자연에 대한 합리적 해석의 도구로, 로마인의 사고방식과 교회의 신비주의가 질식시킨 인류의 지성과 창조적 정신으로, 그리고 가톨릭의 주장과 충돌하며 결합하는 피타고라스의 물리적 세계의 근본으로 수학을 이해하도록 설명함으로써, 즉 문명의 형성과 발전 곳곳에 수학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설파함으로써,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수학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곧 인류 문명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신의 수학관이다.
제법 오래전 어떤 사람이 나에게 “고등학교에서 배운 미적분이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다. 수학을 정말 배워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대한 나의 즉답은 “그 보시오. 당신이 수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 이 질문을 할 수나 있겠는가?”였다. 그 자리는 술자리였고, 그 사람은 그 뒤로 적어도 수학에 대해서만큼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일찍이 읽었더라면 수학은 아름답고, 사고 발달에 좋고, 일상생활에 유용하고, 주변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고, 정신의 질서를 잡아주기 때문 등으로 그것은 배울 가치가 있다고 조금은 책임 있게 주워댔을 것이고, 어쩌면 그 사람이 수학의 성 밖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