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에 맞게 선별해 듣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데 중점
일상생활 듣기상황 제시, 들은 내용 그림 등으로 재구성■ 국어 듣기 수업 왜 필요할까=우리는 그동안 정확하고 신중한 말하기 기술에만 관심을 가져왔을 뿐 따로 시간을 내어 듣기 능력이나 듣기 기술을 계발시키는 데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듣기에도 다양한 전략과 훈련이 필요하다. 듣기를 효과적으로 잘 할 때 선생님의 설명과 친구들의 발표가 쉽게 이해되고 머릿속에서 잘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의 60%를 듣는데 할애한다는 초등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듣기 능력은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인 관계를 포함한 학교생활 전반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이 학교에서 듣는 여러 소리들을 목적에 맞게 선별하여 듣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사의 설명과 친구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들은 내용을 자신의 배경지식과 사고에 연관시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효과적인 듣기능력의 계발은 이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수업 전: 다양하고 풍부한 듣기 환경 만들기=바람직한 듣기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생활을 중심으로 한 다양하고 풍부한 듣기 경험이 제공되어야 하고 체계적인 듣기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듣기 상황들을 직접 재구성한 자료나 기존의 듣기 자료(오디오북, 동화CD, 인터넷 듣기자료 등)들을 수업에 가능한 많이 활용했다. 또한 교육과정에 근거해 듣기를 크게 4가지 영역(정보 확인하며 듣기, 내용 이해하며 듣기, 비판적으로 듣기, 감상하며 듣기)으로 나누고 영역별 듣기 목적에 맞게 구안한 다양한 듣기 전략을 수업에 활용했다.
이러한 활동은 요일별로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아침자습시간이나 점심시간 후의 휴식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도 이루어졌다. 또한 체계적 듣기 수업을 위해 3단계 듣기수업모형을 구안해 수업에 적용했다. 듣기에는 몇 가지 학습 방법이 있으나, 초등 중학년 학생이 관심을 갖고 흥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당한 과제 활동을 제공하는 ‘과제중심 듣기’ 방법을 변형․적용했다.
쉬운 과제에서 점차 어려운 과제로 난이도를 조절하며 듣기에 관련된 과제를 제공하면 학생들은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더 열심히 듣기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자연스레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지각․수용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학생들에게 수업이 끝난 후에 그날 배운 내용과 듣기 기능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듣기학습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본 수업: 목적에 맞는 ‘듣기’에 초점을 맞춘 수업=듣기수업은 4학년 국어 ‘말하기․듣기’시간 중 듣기와 관련된 단원을 재구성해 듣기 전략에 맞게 수업 안을 작성해 실시했고 그 외에 2주에 한번 재량시간을 활용했다. 듣기 능력은 듣기에 대한 이론을 많이 안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듣기 활동을 통한 터득에 의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
학생들은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듣기의 심리적, 신체적 기능들을 훈련하고, 그런 연습을 통해서 듣기 능력을 신장시킨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듣는다 하더라도 이것을 듣기 기능의 숙달로 내재화시키지 못하고 건성으로 흘려듣는다면 연습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 수업에서는 듣기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집중해서 듣기’에 초점을 맞춰 바람직한 듣기 태도를 기르고 고차적인 듣기 기능을 숙련시킬 기초를 형성하려고 한다.
이 수업의 주제는 정보 확인하며 듣기로 들려주는 대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을 수업 목표로 하고 있다. 도입과 전개에는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듣기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집중해 듣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들로 구성했다. 먼저 도입단계에서는 대공원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찾는 안내방송을 들려주고 학생들이 안내방송에서 묘사한대로 아동의 모습을 완성하여 찾아내는 전체 활동을 한다. 교사는 칠판에 부직포로 만든 아동의 전신모습과 함께 다양한 머리모양, 옷, 신발, 장신구 등의 그림을 종류별로 붙여놓는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들은 대로 머리모양이나 옷, 신발 등을 선택하여 붙임으로써 길 잃은 아이의 모습을 완성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듣기에도 목적에 맞는 듣기 전략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전개 단계에서는 도입활동보다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대화를 듣고 정보를 수집해 그림을 완성하는 활동을 한다. 교사는 침대와 책상 등 기본 가구가 그려진 B4크기의 그림틀과 방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소품 사진들을 종류별로 준비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학생들은 교사가 미리 녹음해 둔 두 친구의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비어있는 방에 알맞은 소품의 모양, 색깔, 개수 등을 골라 정확한 위치에 풀로 붙인다.
이 활동에서 학생들은 불필요한 정보는 배제하고 필요한 정보는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듣는 전략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대화가 실제상황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들은 내용을 노트에 글로 메모하거나 그림틀에 소품의 위치와 모양을 직접 적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사용한다. 그림이 다 완성되면 몇몇 학생이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의 그림과 비교하면서 다른 부분을 찾는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같은 내용을 듣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교사는 대화를 한 번 더 들려주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듣기 결과를 확인하게 한다. 이러한 다시 듣기 과정이 끝나면 교사는 원본 그림을 공개한다.
정리 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듣기 과제 학습을 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 어려웠던 점등을 자유롭게 발표하게 한다. 또한 집중해서 듣는 것뿐만 아니라 듣기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각자가 선택했던 다양한 전략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치면서=여기서는 다양한 듣기 수업 중 가장 기본적인 듣기 전략을 활용한 수업을 소개했지만 이 외도 고도의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듣기 전략과 활동들도 교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주로 영역별, 전략별 듣기 자료와 그에 맞는 학습지를 동시에 개발하여 국어시간이나 재량시간, 자투리 시간에 활용했는데 교사가 듣기교육에 관심만 있다면 틈틈이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듣기 교육의 가장 큰 효과는 학생들이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 것과 다른 사람의 말과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력과 비판적 듣기 능력의 향상, 수업의 방관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의 변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서 듣기 교육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면, 첫째는 듣기 학습을 위한 국어 듣기 자료(녹음자료)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듣기 수업을 진행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등학생 수준의 적합한 듣기자료(CD나 tape과 같은 녹음자료)를 구하는 것이었다. 듣기 지도 목적에 맞는 다양하고 실제적인 녹음자료들이 많이 개발되어 학교 현장에 보급된다면 더 좋은 듣기 활동들이 구안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듣기 지도의 중요성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변화이다. 많은 교사들이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역에는 다양한 지도 방법과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듣기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듣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들의 사고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듣기는 읽기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그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인지적 사고 작용은 끊임없는 훈련과 지도 속에서 점차 향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회성의 교육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듣기 태도와 듣기 능력에 항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도해야 효과적인 듣기 능력이 신장되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듣기’를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들을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