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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배움의 나눔 실천해요”

34년간 이어온 ‘상록야학’


14일 오후 7시께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 2층 건물. 두꺼운 가방을 등에 멘 40~50대 아줌마들이 한두 명씩 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가는 곳은 바로 ‘상록야학’.

지난 1976년부터 운영된 이곳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앞장서 나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35명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120여명 늦깎이 학생의 선생님으로 야학봉사를 하고 있다.

이곳은 인문계 중․고교 3년 과정을 각각 2년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7시 30분부터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이곳에선 검정고시 시험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 정규 학교의 교육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국사를 가르치는 류상근 씨는 “대학생부터 공무원, 은행원, 현직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과거 산업화의 일꾼으로 교복과 책가방을 눈물로 바라보던 우리 ‘누나’들에게 배움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생님도, 학생도 직장 일을 끝마치고 난 뒤 시작하는 수업을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가르치는 보람, 배우는 기쁨만으로 이어온 역사가 벌써 30년이 넘어가며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이 3000여명에 이른다.

고1 과정을 배우는 오형순(51)씨는 “못 배운 한이 너무 커서 아들 다 공부시키고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남들 시선이 부끄러워서 몰래 다녔는데 이제는 배운다는 게 보람있고 공부가 재미있어 직장 끝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다”고 말했다.

이곳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야학이 일종의 마약 같다는 말을 주고받는단다. 처음 야학을 만들어 30여 년간 지켜온 박학선․최대천 선생님을 비롯해 20여년이 넘게 활동한 봉사자, 자식에게까지 야학을 하게 한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다.

1983년부터 이곳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황기연 씨는 “야학은 봉사라기보다는 이미 내 생활의 일부”라며 “야학에 오기 위해 1~2시간 먼저 출근해서 일을 하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곳에서는 대학생 봉사활동 인증서를 줄 수 없다보니 취업에서 스펙이 필요한 대학생들의 참여가 점점 줄고 있다”며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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