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국어고 폐지론'이 논의 중인 가운데 대다수 외고가 영어듣기 시험을 없애거나 자격시험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6개 외고를 비롯해 전국 9개 외고의 교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고 입시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하며 "2011학년도 입시부터 영어듣기 시험 등 현재 입시 방법을 크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최 교장은 또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학생을 골고루 뽑는 지역균형선발제와 정원의 35%는 외국어ㆍ예체능 우수자,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영외고 이택휘 교장은 사견을 전제로 "외고 설립 목적을 감안하면 영어듣기 시험 폐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교육 경감 측면에서 정부 입장과 같이 가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구체적인 방법은 학교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최근 서울지역 외고 교장들이 모여 `외고 폐지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결과, 영어듣기 시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화외고는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내신+기본 영어실력(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한현수 교장은 "구술면접은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확신이 서고 영어듣기 평가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수월성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영어듣기 시험을 완전히 없애는 게 바람직한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입학사정관제로 외국어 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만약 연구 결과 검증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면 영어듣기 시험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대일외고 남호법 교장은 "사교육을 줄이는 쪽으로 입시를 전환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연구를 하고 있다. 늦어도 내달 말까지는 (개선책이 반영된) 2011학년도 입시요강이 나오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명덕외고는 영어듣기 시험 폐지에는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다만 난이도 조절 등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학교 맹강렬 교장은 "어학 영재를 선발한다면서 어학 측정도 하지 않고 학생을 뽑는 것은 설립 목적과 배치된다. 그러나 지역균형선발제,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외고 김희진 교장은 "(입학사정관제,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및 영어듣기 폐지 등을) 어느 정도 구체화하긴 했지만 결론난 사항은 아니다. 서울 6개 외고만 따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지방 외고도 영어듣기 시험 개선, 입학사정관제와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충남외고 권오철 교장은 "입학사정관제 및 지역균형선발제 등은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외고 입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2011학년도 입학전형안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북외고 이희목 교장은 "학생 평가 방법을 개선하거나 입학사정관제, 지역균형선발제 등으로 전형을 다양화하는 식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외고 박치완 교장은 "영어듣기 시험 폐지와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으나 시행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