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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야, 어쩌란 말이냐”

세계 불황탓 취업률 10년 만에 최악 기록
직업교육 선택·대학 진학률도 덩달아 저조

여고 1학년생인 Y양은 주말 양일을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에서 일한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시작한 이 일이 적성에도 맞을 뿐더러 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트타임 일을 하고부터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도 마다하고 일용품 등 소소한 것은 스스로 번 용돈으로 해결한다. 부모님은 일로 인해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될까봐 염려하시지만 솔직히 공부보다는 일이 더 재미있다는 Y양. 무엇보다 맥도널드에서 일한 경력은 졸업 후 정식 직장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첫 직장처럼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국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대학 졸업반 K씨는 최근 파트타임으로 학업을 돌렸다. 대학을 곧장 마치는 것보다 학교에 적을 둔 상태에서 사회 경험을 해보는 것이 졸업 후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호주는 특히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대학 재학 중에 직장 경험을 해보는 것이 사실상 상당히 중요하다. K씨는 이렇게 시작한 일이 최근에는 학업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전하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만족해 했다.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추세는 호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다만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본격적인 취업전쟁이 시작되는 데 반해 호주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친 후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설상가상 호주의 10대 청소년 취업률이 10년래 최악을 기록하면서 현재 79%에 머물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률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호주 연방 교육부는 연초에 오는 2015년까지 전국의 고등학교 졸업률을 9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학생들의 사기가 저조함에 따라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 자체에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호주 학생들의 고등학교 과정 수료율은 2006년 현재 79∼80%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 졸업율 78%를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개발도상국가들의 90% 이상의 높은 비율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저조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호주 학생들의 고교 졸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안간힘이 경기불황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15세에서 19세 사이 10대 청소년 실업률은 지난 해 12.2%에서 1년 만에 18.5%로 껑충 뛰었다. 덩달아 고등학교를 수료한 후 택하게 되는 직업교육이나 대학 진학률도 낮아지고 있어 교육 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무난히 직장을 얻을 수 있었던 예년에 비해 더욱 치열하게 공부하거나 기술을 익혀야 함에도 직업교육 현장이나 대학교정에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 또한 취업이 어려울수록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해지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고등학교 졸업자 3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파트 타임일이 고작이며, 나머지는 일정한 소득이나 소속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15∼19세 청소년들의 16%가 학교도, 일터도 아닌 사회의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채 그 숫자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20∼24세 그룹의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이 연령대 여성들의 대부분은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으며 기왕 대학을 다니고 있다면 당장의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경제 불황이후 시드니 소재 대학원들의 등록률이 평균 15∼20% 수준으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처럼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불투명한 미래 예측 속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아직 학교에 적을 둔 학생들은 불황의 여파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졸업을 앞둔 고 3생이나 곧 졸업반이 되는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세계 경제위기가 자신들에게 어떤 여파를 줄 지 한 두번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커다란 위협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것. 만약 졸업 후에 직장을 곧바로 구할 수 없다면 부모님 신세를 지면서 계속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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