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교육과학기술부가 21일 수능 점수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 결과를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교과부는 이미 지난 4월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의 5년간 수능성적 자료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분석, 발표한 바 있다.
학교별이 아닌 전국 232개 시ㆍ군ㆍ구별 성적에 대한 것이긴 했지만 1994학년도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후 수험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성적 자료가 공개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재차 성적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한 이유는 최근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을 통해 발표된 수능성적 자료가 학교별 줄세우기에 치우쳐 자칫 학교서열화나 선호학교 쏠림현상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능 성적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이미 '공개한다'는 것이었고, 안병만 장관 역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공개주의다. 수능 성적이든 뭐든 공개해야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찾을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공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선 신중하게 판단, 결정해야 한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최근 언론이 발표한 고교별 성적 자료는 교과부가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수능 원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어느 학교의 성적이 높고 낮은지에 대한 단순 서열화 정보만 담겨 있을 뿐 원인 분석이 빠져 있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일례로 A학교의 수능 성적이 높다면 그 이유가 애초부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했기 때문일 수 있는데, 단순 서열화 정보만으로는 성적이 높은 학교가 무조건 좋은 학교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장관 역시 여러 요인에 따른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학교 순위만 매겨 나열하는 것을 '공개의 역기능'이라고 규정하고 "성적이 낮은 학교는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교사, 좋은 시설, 좋은 교재를 제공해 따라잡게 하려는 게 공개의 목적이고, 전국 규모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평가원 연구원과 교수 등 외부 연구진에 최근 5년간 성적자료에 대한 연구를 다시 의뢰했으며 연말께 결과를 발표해 수능 자료의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는다는 방침이다.
연구는 학교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떨어뜨리는 요인이 무엇인지, 특히 5년간 두드러진 성적 향상을 보인 학교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에게는 5년치 수능성적 자료 외에 지역별 재정자립도, 학교 운영·설립 형태 등 성적 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보충 자료들이 함께 제공됐다.
학력 향상 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학교 사례가 나오면 별도로 공개해 다른 학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학교 서열화가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교과부가 국회의원들에게 수능 원자료를 덜컥 제공해 혼란을 자초해 놓고 뒤늦게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교과부가 '교육적이고 분석적'인 자료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수능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 한 줄 세우기 식의 자료가 공개되는 일 또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