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70세, 미국은 아예 정년 없애
정년 환원이 아니라 70세로 연장해야”
“지금까지 14번에 걸쳐 입시제도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 과열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진정시키고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맨 먼저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범대학장을 역임하고 2006년 2월 정년퇴임한 조창섭 교수가 지난해 6월 단국대학교에 초빙돼 교육대학원장과 특수교육대학원장직을 겸하고 있다. 10일 오전 단국대 죽전 캠퍼스 교육대학원장실에서 최근 교육현안을 두고 인터뷰를 가졌다.
맨 먼저 던진 사교육비 팽창과 공교육 붕괴 우려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대입시 자율화를 첫 번째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어떤 대학은 약학과가, 다른 대학은 농생명과학대, 또 다른 대학은 음대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식의 풍토가 될 때 자연스럽게 대학 평준화도 이뤄지고 학교교육도 제자리를 찾아서 교과과정에 입각한 정상적인 교육이 실시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주문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학문적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대학에 가서 장기간을 소모하기보다는 자기의 소질에 따라 능력을 개발해 산업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의식이 형성돼야 합니다. 이런 자를 우대할 때 학벌은 타파되고 능력 위주의 사회가 정착돼 과열 입시경쟁은 사라질 것이고 학교교육은 정상화될 것입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역할이 다르다는 입장도 밝혔다. “교육이 학교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인간계발 영역이 무한히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은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근시안적인 이기심에서 단순히 진학을 위한 점수 따기 식 학습에 매달려 단순 암기 족집게 정답 맞추기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교원정년단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크는 80세부터 참다운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고 공언한바 있습니다. 독일은 5년 전에 이미 공무원 정년을 70세로 연장했고 미국의 경우는 정신이나 신체적 장애가 없을 경우에는 평생 그 직업에 머무를 수 있게 했습니다. 더군다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미래세대가 고령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므로, 정년 환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70세로 연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외고 존폐론에 대해서는 설립 취지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글로벌화라는 것은 실시간으로 세계 지식 정보를 입수해서 공유화하는 지구촌 마을을 의미합니다. 외고 출신이 통역가만 돼야 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딴 나라 말을 즉시 우리말로 바꾸어 주는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엘빈 토플러는 ‘권력이동’이라는 책에서 지식이 자본이라 했습니다. 외고가 지금처럼 입시 준비 학교가 돼서는 안되고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합니다.”
특수교육대학원장직을 겸하는 그는 특수교사 과잉 배출에 대한 갈등을 걱정했다. “사범대 특수교육학과서는 특수교육대학원을 없애라고 하는데, 다른 과목 전공을 가진 교사가 특수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독서 기술과 공부 방법에 관해서도 많은 저술을 남겼다. 1970년대 독서 능력 개발법을 발표했고 2002~2004년에는 서울대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심화 발전시켰다.
인생관에 관해서 물었더니 “사회와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신념을 가진 미래세대를 육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계급투쟁역사관을 가진 교사들이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체행동하면 오히려 지위가 떨어지게 돼 있다”며 사회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전공지식에 대한 영향력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