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교육청에서 하라는 것만 잘하는 교장이 평가를 잘 받게 되는 것 아니냐. 이래놓고 무슨 학교자율화냐”, “학교장 평가 방안이 현행 학교평가 방식과 많은 부분이 중복되는데 결국 서류작업만 많아지는 것이다”
17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장 학교경영능력 평가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교장들은 평가에는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평가방식, 시행시기 등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토론에 참가한 전병식 전곡초 교장은 “교원이 공무원이고, 가르치는 일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순환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해마다 평가하는 방식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남 세종고 교장도 토론에서 “사립학교의 경우 인사권자가 아닌 교육청에서 평가해 법인에 인센티브 또는 강등하라고 통보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학교장의 평가도 바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분위기는 참석자 모두가 참가한 공개토론에서도 이어져 박범덕 신목고 교장은 “평가방안을 보면 일반계고와 전문계고로만 나누는데 특목고나 상업계고, 공업계고 등과 같이 좀 더 세분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순영 서울당현초 교장은 “교장이 부임하면 일단 자기 철학이 담긴 조직이나 운영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난 3월 1일자나 9월 1일자로 부임한 교장들은 자기 소신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평가를 받게 된다”며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빙교장이라고 소개한 김서구 장위중 교장은 “학교 현장이 너무 차이나는 서울 교육현실에서 3%를 무조건 제재한다면 좋은 학교로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좋은 지역으로 가려는 노력을 더 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같은 현장의 반응을 대변해 서울교총(회장 서철원)은 “학교자율화 등 CEO 교장 시대를 맞아 단위학교경영책임제가 추진돼야하므로 이에 따른 ‘교장경영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교총은 “평가 결과의 활용과 적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여건과 학교실정이 지역별로 상이한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발표된 ‘학교장 경영능력 평가제’에 따르면 ▲학교경영성과 ▲학력증진성과 ▲만족도조사 ▲청렴도 및 자질 등 5개영역의 평가를 통해 학교장을 평가한다. 등급은 상위 3~5%는 A+, 하위 3~5%는 C-를 받으며 그 사이는 A, B, C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특히 C- 등급을 받는 교장은 중임에서 배제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임에서 배제되면 전문직으로 옮기거나 평교사로 가야 한다”며 “그 밖의 각종 인센티브에서도 상당한 차별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임배제는 현재 교장이 평교사로 자리를 이동하는 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강등’으로 해석되고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교장평가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 예정인 곳은 부산, 대구, 충북, 경북, 경남 등 6곳으로 향후 교원평가제와 맞물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